13일의 금요일 미신 어디서 시작됐나?
역사·통계로 본 팩트
달력을 넘기다 ‘13일의 금요일’을 마주하는 순간, 괜히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서구권에서 시작된 이 미신은 이제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문화 코드가 됐다. 공포영화 시리즈 ‘13일의 금요일’ 속 살인마 제이슨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이날은 막연한 불안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
사진=생성형이미지
‘13’이라는 숫자에 대한 기피 현상은 주로 기독교 문화권에서 형성됐다. 성경의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인원이 13명이었고, 그중 예수를 배반한 가룟 유다가 13번째 인물이었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요일이 금요일이라는 전승이 결합되면서 ‘13’과 ‘금요일’의 조합은 상징적 불길함을 갖게 됐다.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가 템플 기사단을 체포한 사건도 자주 인용된다. 다만 역사학계에서는 이 사건이 당시 정치적·재정적 갈등에서 비롯된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특정 날짜가 ‘저주받았다’기보다는 이후 대중문화와 구전 과정에서 상징성이 확대 재생산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의학·심리학이 보는 ‘13일의 금요일’ 공포
숫자 13에 대한 공포는 실제로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Triskaidekaphobia)’라는 용어로 불린다. 또한 13일의 금요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현상은 ‘파라스카베데카트리아포비아(Paraskevidekatriaphobia)’로 지칭된다. 다만 최근 2년간 발표된 심리학 연구들은 이러한 공포가 특정 날짜 자체보다는 개인의 불안 성향, 문화적 학습 효과와 더 밀접하다고 본다.
2023~2024년 사이 발표된 여러 행동과학 논문들은 집단적 기대가 실제 체감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위험한 날’이라고 인식하면 긴장도가 상승하고, 그 긴장이 다시 사건 기억을 과장되게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날짜에 대한 공포가 통계적 사실이 아니라 ‘인지적 왜곡’의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불안이 항상 회피 행동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부 소비자는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한 날’이 아닌 ‘운을 시험해볼 기회’로 해석하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통제 환상(Illusion of Control)과 보상 기대 심리로 설명한다. 실제로 대형 잭팟이 형성된 시기와 겹칠 경우 복권 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업계 분석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즉, 공포가 소비 위축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에서는 위험 감수형 선택인 ‘로또 구입’으로 전환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사진=생성형이미지
그렇다면 실제 사고율은 어떨까. 네덜란드 보험 통계기관이 과거 발표한 자료에서는 13일의 금요일 사고율이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최근 2년간 별도의 국제적 대규모 통계가 새롭게 뒤집을 만한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내외 주요 언론 보도와 보험업계 공개 자료를 종합해도, 13일의 금요일에 사고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연구자들은 ‘주의력 상승 효과’를 언급한다. 사람들이 불길한 날이라고 인식하면 운전이나 업무에서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이는 사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특정 위험 인식이 행동을 변화시켜 사고를 줄이는 현상은 교통안전 캠페인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사진=생성형이미지
공포는 문화적 이벤트가 됐다
최근 2년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전후해 공포영화 시청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이는 해당 날짜가 더 이상 ‘피해야 할 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NS에서는 “오늘은 조심하자”는 농담과 함께 관련 밈(meme)이 확산되고, 기업들도 한정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결국 13일의 금요일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재난의 날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와 대중문화가 결합해 만들어낸 상징적 장치에 가깝다. 공포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이 곧 객관적 위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