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 미국 시장서 전기차 폴고레 라인업 파격 할인 단행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해소 전략… 가솔린 모델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가 미국 시장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순수 전기차 라인업인 ‘폴고레(Folgore)’ 모델에 대해 최대 8만 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2,000만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권장소비자가격(MSRP)의 40%를 훌쩍 넘는 금액으로,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업계는 마세라티의 이번 결정이 심각한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해소를 위한 초강수로 분석하고 있다.

1억 2천 할인, 내연기관보다 저렴해진 전기차





이번 프로모션의 핵심은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다. 쿠페 모델인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기존 19만 9,690달러에서 8만 5,000달러가 할인되어 실구매가는 11만 4,690달러까지 떨어진다. 이는 약 43%에 달하는 엄청난 할인율이다.

오픈톱 모델인 그란카브리오 폴고레 역시 동일한 8만 5,000달러 할인이 적용된다. 20만 8,590달러였던 가격이 12만 3,590달러로 조정되면서 약 41% 인하 효과를 보게 됐다.

놀라운 점은 이번 할인으로 전기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솔린 그란투리스모의 시작 가격이 15만 9,49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기 모델이 수천만 원 더 싸진 셈이다. 출시 당시 전기차에 붙었던 약 4만 달러의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넘어 마이너스가 된 상황이다.

SUV 그레칼레도 예외는 아니다







마세라티의 전기 SUV인 그레칼레 폴고레 역시 대규모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최대 4만 달러(약 5,800만 원)의 인센티브가 적용되어 기존 12만 1,290달러에서 8만 1,290달러로 가격이 내려간다. 할인율은 약 33% 수준이다.

이 가격은 가솔린 그레칼레의 시작가인 7만 9,895달러와 불과 1,400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사실상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모델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진 셈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미끼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닌 감성





마세라티의 이런 파격적인 할인은 단순히 판매 부진을 넘어 브랜드의 근본적인 고민을 드러낸다. 폴고레 라인업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으로 370~390km 수준으로,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정체성에서 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세라티는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배기음과 운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주행 경험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하지만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브랜드의 가장 큰 무기인 ‘사운드’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번 대규모 할인은 전통 럭셔리 브랜드가 전동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겪는 성장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가격 인하가 단기적인 수요를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마세라티가 풀어야 할 진짜 숙제는 브랜드 고유의 감성을 어떻게 전기차에 녹여낼 것인가에 달려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