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LFP 배터리로 가격 장벽 대폭 낮춰

독보적인 주행 보조 시스템과 고유가 시대 맞물려 대기 수요층 흡수

모델Y / 사진=테슬라
모델Y / 사진=테슬라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견고했던 성벽에 균열이 생겼다. 국산차가 굳건히 지켜온 판매량 최상위권 자리를 수입 전기차가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6월 초 발표된 5월 판매량 집계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단순히 일부 마니아층을 공략하던 수준을 넘어, 대중적인 패밀리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놀라운 변화의 중심에는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과 독보적인 기술력, 그리고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 모델Y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Y는 지난 5월 한 달간 8,762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국산 베스트셀링 SUV인 기아 쏘렌토(7,836대)를 900대 가까이 뛰어넘는 수치다.
수입 단일 모델이 국산차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은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가격’의 벽을 허물자 시장이 응답했다



모델Y / 사진=테슬라
모델Y / 사진=테슬라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가격’을 꼽는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출고가를 4,999만 원까지 낮췄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천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만약 당신이 쏘렌토 하이브리드나 그랜저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국산 패밀리카와 비용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기술’을 경험하다



모델Y / 사진=테슬라
모델Y / 사진=테슬라


물론 가격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테슬라가 가진 고유의 ‘기술력’ 또한 판매량을 견인한 핵심 동력이다. 특히 장거리 이동 시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에 대한 오너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마치 스마트폰을 다루는 듯한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점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대기 수요를 자극했다. 기아의 신형 전기차 EV3가 3,021대 팔리며 선전했지만, 모델Y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독일차마저 제치고, 현대차·기아를 위협하다



모델Y / 사진=테슬라
모델Y / 사진=테슬라


모델Y의 성공은 테슬라 브랜드 전체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서 총 1만 866대를 판매하며 BMW(6,555대), 메르세데스-벤츠(3,553대) 등 전통의 수입차 강자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더욱 놀랍다.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50.8% 증가한 4만 5,020대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3대 중 1대가 테슬라라는 의미다. 안방 시장에서 안일하게 대응하던 현대차·기아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전략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이제 국내 제조사들도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혁신적인 가격 정책과 기술 차별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