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소니픽쳐스 손잡고 K-컬처 애니메이션 흥행…토종 OTT 위기감 고조

이재 / 사진 = 이재 SNS
한국 전통문화·K팝 결합한 글로벌 흥행작
전 세계적인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국내 업계의 자성론을 불러왔다. 한국 전통문화와 K팝을 소재로,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대결을 그린 작품은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역대 흥행 영화 2위에 오르며 글로벌 팬덤을 사로잡았고, 삽입곡 ‘골든’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1위를 동시에 기록했다.“한국에서 만들 수 없었나”…정책·업계 자성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사진 = 넷플릭스
22일 부산에서 열린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 현장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케데헌을 우리가 제작할 순 없었나요. 가슴 아프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주희 티빙 대표 역시 “저도 참 뼈아프다”며 “국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년 수천억 원대 적자를 내는 국내 OTT 업계는 드라마 제작도 벅찬 상황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애니메이션=아이들” 인식의 한계
‘케데헌’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소니픽처스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K컬처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오래 전부터 원해왔던 그들의 의지가 성공을 가능케 했다”며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국내 업계가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한정된 시장으로 바라보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넷플릭스의 공세와 토종 OTT의 위기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 회당 출연료가 4억~5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오징어게임3’, ‘폭싹 속았수다’ 등 한국 대형 콘텐츠를 독점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토종 OTT들은 치솟는 제작비 부담으로 오히려 콘텐츠 제작을 축소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용자들 역시 높은 요금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를 선택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구독률 50% 돌파, 넷플릭스 독주 체제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는 국내 OTT 최초로 구독률 50%의 벽을 넘어섰다. 국내 이용자 절반 이상이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는 의미로, 단일 플랫폼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글로벌 흥행작 ‘케데헌’이 촉발한 넷플릭스의 파급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며, 한국 OTT 업계가 맞닥뜨린 위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김지혜 기자 k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