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기행이 테슬라 잠재 고객 100만 명 이상을 등 돌리게 만들어.
테슬라 이탈 고객, 경쟁사 EV로 직행… ‘머스크 리스크’ 현실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현 X)’ 인수가 테슬라에게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머스크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과 극단적인 정치 성향 노출이 테슬라의 잠재 고객을 경쟁사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22년 10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시점부터 2025년 4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의 ‘오너 리스크’가 아니었다면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약 100만 대에서 최대 126만 대의 차량을 더 판매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머스크 리스크’에 날아간 126만 대
NBER의 연구는 머스크의 행보가 어떻게 소비자 인식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그의 개인적인 평판과 정치적 발언들이 기존 테슬라 고객층 및 잠재 고객층 일부를 소외시켰다.
이는 테슬라 판매량의 잠재적 손실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머스크의 돌출 행동이 없었을 경우, 테슬라의 판매량이 실제보다 67%에서 최대 83%까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머스크 개인에 대한 반감으로 테슬라 구매를 포기했거나 보류했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 초기에 테슬라의 성장은 머스크 개인의 팬덤과 혁신적 이미지에 크게 기인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바로 그 점이 테슬라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된 셈”이라고 익명으로 진단했다.
경쟁사만 웃었다…현대차·기아 ‘어부지리’
테슬라(사진=픽사베이)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반사이익이다. 이 연구는 머스크 리스크로 인해 이들 경쟁사의 판매량이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22%까지 증가하는 ‘어부지리’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아이오닉 5, EV6 등 경쟁력 있는 모델을 출시하며 입지를 다져온 현대차·기아에게 머스크의 기행이 뜻밖의 ‘도우미’ 역할을 한 셈이다.
머스크 개인은 세계 최초의 ‘트릴리오네어(Trillionaire, 조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그가 이끄는 테슬라는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그동안 설로만 무성했던 ‘머스크 리스크’가 구체적인 판매량 감소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테슬라 내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