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BMW 7시리즈, 출시 1년 만에 수천만 원 ‘뚝’
전기차 감가는 상상초월, 벤츠 EQS는 1년 만에 1억 원 가까이 증발

EQS / 벤츠
EQS / 벤츠




자동차는 구매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의 가치가 동일한 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모델은 출고 1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가파른 감가상각을 겪는다. 이는 신차 구매자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중고차 시장을 노리는 현명한 소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 분석 업체 아이씨카즈(iSeeCars)는 2025년 1분기 동안 거래된 160만 대 이상의 신차 및 준신차 데이터를 분석, 감가상각이 높은 모델들을 공개했다. 놀랍게도 상위권에 오른 차량 대부분은 품질 문제보다는 시장 구조, 기술 변화, 브랜드의 판매 전략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래그십 세단의 역설적 가치





QX80 / 인피니티
QX80 / 인피니티


감가상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은 바로 플래그십 세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1년 만에 평균 31.5%, 금액으로는 약 66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사라졌다. BMW 7시리즈와 전기차 버전인 i7 역시 1년 만에 30%에 가까운 높은 감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차량의 완성도는 여전히 동급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높은 신차 가격과 만만치 않은 유지비, 리스 중심의 소비 구조가 맞물리면서 중고 시세를 빠르게 끌어내리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제조사 보증이 남아있는 준신차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차 대비 월등히 합리적인 가격에 플래그십 세단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는 전기차



전기차, 특히 고가의 플래그십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극적인 감가율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메르세데스-벤츠 EQS다. EQS는 출시 1년 만에 평균 47.8%, 약 95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증발하며 가장 큰 감가폭을 기록했다.

초기 시장 반응을 고려한 고가 정책과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이후 연이은 가격 인하 프로모션 등이 중고 시장 가격 붕괴를 가속화했다. 하지만 중고 구매자에게는 S클래스급의 정숙성과 첨단 기술을 절반 가격에 누릴 수 있는 파격적인 기회가 열린 것이다.

국산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역시 1년 만에 30% 이상 감가되었다. 이는 특정 차량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전기차 시장 전반의 가격 경쟁 심화와 보조금 정책 변화, 리스 물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S클래스 / 벤츠
S클래스 / 벤츠




모든 감가가 기회는 아니다



물론 감가율이 높다고 해서 모든 중고차가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닛산 리프는 1년 만에 약 45%의 감가를 기록했지만, 구형 충전 방식(차데모)과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매력이 떨어진다. 단거리 출퇴근용 세컨드카로는 유효할 수 있으나 주력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피스커의 오션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두 달 만에 70% 가까이 가치가 폭락했지만, 이는 브랜드의 존속 여부와 사후 서비스(AS)가 불투명한 리스크 때문이다. 단순히 감가폭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 사례다. 결국 중고차의 진짜 가성비는 표면적인 가격이 아니라, 구매 이후에도 차량을 문제없이 유지하고 운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V6 / 기아
EV6 / 기아


7시리즈 실내 / BMW
7시리즈 실내 / BMW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