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다 아키오 회장, 도쿄오토살롱서 이례적으로 현대차 먼저 언급
WRC 경쟁 넘어 수소 동맹까지… 두 총수의 끈끈한 관계 재조명
토요타 WRC 우승 축하광고 / 사진=현대모터그룹
지난 9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2026 도쿄오토살롱’. 토요타그룹의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프레스 컨퍼런스 무대에 올라 신차보다 먼저 현대차의 이름을 꺼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경쟁사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도쿄오토살롱이 신차와 신기술을 뽐내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경쟁과 협력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넘어 존중으로, 광고로 화답한 두 기업
수소 운송 포럼 공동 설립 / 사진=현대차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토요타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제조사, 드라이버, 코드라이버 부문을 모두 석권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사실을 알리면서 현대차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현대차와 토요타가 세계 최고 수준에서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만약 그 자리를 현대차가 차지했다면 마찬가지로 축하받았을 것”이라며 승패를 떠나 경쟁의 과정과 그 의미 자체를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모터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는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두 회사는 서로를 향한 존중을 공개적으로 표현해왔다. 작년 11월 현대차 소속 티에리 누빌이 WRC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차지하자 토요타는 일본 주요 매체에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토요타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축하하는 전면 광고로 화답하며 성숙한 경쟁 문화를 보여주었다.
레이싱 서킷에서 맺은 특별한 인연
두 회사의 교류는 단순한 메시지 교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함께 WRC 차량에 동승해 ‘도넛 주행’을 선보이며 자동차 팬들을 열광시켰다.
올해 6월에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 공동 부스를 운영, 약 28만 명의 관람객에게 각사의 레이스카를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글로벌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미래차 시장의 동반자, 수소 동맹까지
레이싱에서 시작된 인연은 수소 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현대차와 토요타는 올해 5월 BMW와 함께 호주에서 수소 운송 포럼을 공동 설립하며 협력의 폭을 넓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29.8%, 토요타는 1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44.7%에 달해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토요타와 수소 표준, 탱크 규격 등 실질적인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아키오 회장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스포츠맨십을 넘어, 치열한 전동화 경쟁 속에서도 ‘운전의 즐거움’과 ‘현장 경쟁’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한다. 강력한 라이벌의 존재가 더 좋은 차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토요타의 철학이 다시 한번 드러난 순간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