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IHS, 실제 사고 데이터 기반 차종별 사망률 분석 결과 공개

소형차 운전자 사망률 높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큰 차가 안전하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았다. 내 차의 안전이 곧 상대방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2023년형 및 동일 구조 이전 모델의 실제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차량 크기에 따라 운전자 사망률이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이는 동전의 한 면에 불과했다.

오히려 일부 차종은 탑승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동시에 도로 위 다른 운전자에게는 치명적인 상대방 위험을 안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소형차와 대형 픽업트럭을 둘러싼 상반된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운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작을수록 위험하다는 편견, 절반의 진실



분석 결과 가장 높은 운전자 사망률을 기록한 차는 기아 리오였다. 100만 대당 운전자 사망자 수가 170명에 달했다. 닛산 버사(164명), 크라이슬러 300(132명), 닷지 차저·챌린저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 소형차는 차체 크기와 무게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충돌 시 탑승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나 평균 주행 속도 등도 변수로 작용하지만, 기본적인 차량의 방어력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고성능 스포츠카 역시 높은 사망률을 보였는데, 이는 차량 자체의 결함보다 과속 등 운전 방식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 안전이 상대의 불행이 되는 역설



반면 대형 SUV 차종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아우디 Q7, BMW X7, 벤츠 GLE 클래스를 포함한 16개 차종은 운전자 사망자 수가 0명으로 집계됐다. 토요타 툰드라, 쉐보레 타호 등도 마찬가지였다.



중대형 SUV의 큰 차체와 무게, 각종 충돌 안전 기술이 탑승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들의 안전은 도로 위 다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작용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픽업트럭 램 3500과 충돌한 ‘상대 차량’ 운전자 사망률이었다. 100만 대당 무려 204명에 달했다. 내 차 운전자의 사망률은 낮지만, 사고 시 상대방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차라는 의미다. 닷지 차저(161명), 쉐보레 실버라도 3500(126명) 등 다른 대형 픽업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결국 자동차 안전은 단순히 내 차 탑승자 보호 성능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내가 선택한 ‘안전한 차’가 도로 위 누군가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때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