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실용성으로 똘똘 뭉친 소형 미니밴 ‘엘로 콘셉트’ 공개
4.1m의 아담한 차체에 극대화된 공간 활용... 국내 출시는?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절대강자 카니발. 하지만 ‘아빠들의 드림카’라는 명성 뒤에는 “차체가 너무 커서 운전과 주차가 부담스럽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공존한다. 과거 기아 카렌스처럼 합리적인 크기의 미니밴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이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시트로엥은 최근 ‘엘로(Ello)’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니밴 시장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최근 몇 년간 크로스오버와 SUV 라인업 강화에 집중했던 시트로엥이 공간 효율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의 요구에 다시 응답한 것이다. 엘로 콘셉트는 휴식(Rest), 놀이(Play), 일(Work)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하는 유연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시장이 기다려온 현실적인 미니밴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거대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 내에서 시트로엥의 입지는 다소 모호했다. 기술을 공유하는 여러 브랜드 사이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오랜 숙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엘로 콘셉트는 시트로엥이 가장 잘하는 ‘합리적 가격, 높은 실용성, 독창적 스타일’이라는 방향성을 현실적인 형태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과거 공개했던 ‘올리(Oli)’ 콘셉트가 다소 파격적인 미래 비전에 가까웠다면, 엘로는 실제 생활에서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전략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레저 활동에 친화적인 기능을 강조하며 젊은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공간 혁신과 파격적인 협업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엘로 콘셉트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 혁신을 통한 공간 최적화다. 전면부에서 엔진 등 기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운전석을 최대한 앞으로 이동시켜, 4.1m라는 짧은 전장에도 불구하고 내부 공간을 극대화했다. 이는 기아 레이와 비슷한 수준의 작은 차체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운전석은 거의 중앙에 배치됐으며, 4.5m²에 달하는 광활한 유리 면적은 탁월한 시인성과 개방감을 제공한다. 대시보드를 과감히 없앤 미니멀한 실내 디자인 역시 눈에 띈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 데카트론과의 협업은 엘로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접이식 의자, 분리형 벤치, 에어 매트리스, 휴대용 가방 등 다양한 모듈 장비를 제공해 차량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활동에서도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는 미니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 시트로엥이 추구하는 ‘유용함의 철학’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양산 가능성 현실의 벽은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엘로 콘셉트 - 출처 : 시트로엥


스텔란티스의 통합 플랫폼과 기술력을 고려하면 엘로 콘셉트 기반의 양산형 미니밴 제작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실제로 양산된다면 최근 주목받는 중국 지크르의 ‘믹스(Mix)’와 경쟁하며 새로운 소형 패밀리카 시장을 개척할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콘셉트카의 독특한 설계가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탈착식 시트의 안전성 확보, 비전통적인 운전석 배치의 법규 문제, 레저 장비 통합 방식의 현실화 등은 양산 공정에서 일부 수정되거나 단순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 내연기관 옵션 추가 요구가 있을 수 있어 제품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결국 엘로 콘셉트의 양산 여부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스텔란티스 경영진의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