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합작 공장서 만든 전기 SUV ‘e:NS2’, 단종된 ‘인사이트’ 이름으로 부활

BYD 등 현지 브랜드에 밀려 고전하는 혼다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혼다가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자국이 아닌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일본 내수 시장에 들여와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신차 하나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과 혼다의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바로 ▲중국 시장에서의 극심한 판매 부진 ▲그로 인한 공장 가동률 문제 ▲그리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자국 내 전기차 라인업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왜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를 단 자사 제품을 역수입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메이드 인 차이나 혼다, 일본 상륙 초읽기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혼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순수 전기 SUV ‘e:NS2’ 모델을 일본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일본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만든 전기 승용차를 자국 시장에 판매하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출시 시점은 이르면 2026년 봄으로 예상되며, 초기 도입 물량은 약 3,000대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 반응을 살피고 점진적으로 물량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국 생산을 고집해 온 일본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이 깨지는 순간이다.

하이브리드 명가, 인사이트 이름의 부활





일본 시장에서는 이 중국산 전기차가 ‘인사이트(Insight)’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과거 혼다의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명이었지만,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혼다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 이름을 전기차에 다시 붙여 브랜드 인지도를 손쉽게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e:NS2는 68.8kWh 용량의 CATL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45km(중국 C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은 15만 9,8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3,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모델이 일본에 도입되면, 혼다의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존심보다 실리, 중국 시장의 냉혹한 현실





혼다의 이번 결정은 결국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한 결과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혼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BYD, 지리자동차 등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공세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실제로 혼다의 2025년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나 감소하며 5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팔리지 않는 차들로 인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졌다. 결국 혼다는 가동률이 낮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로 수출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전기차 전환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 내수 시장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번 혼다의 파격적인 행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