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보다 저렴한 파격적인 가격 책정, 그 비결은 배터리와 현지 생산 전략에 있었다.

소형 SUV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내 공간과 최신 편의 기능까지 갖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기아가 소형 전기 SUV ‘EV2’를 앞세워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유독 뜨겁게 달아오르는 유럽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특히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 브랜드를 상대로 기아가 꺼내든 카드는 무엇일까. 그 성공 전략의 핵심에는 파격적인 ‘가격’, 상식을 뛰어넘는 ‘공간’, 그리고 치밀한 ‘현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가지 무기가 과연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BYD 정조준,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



기아 EV2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독일 시장 기준 스탠다드 레인지 라이트 트림의 시작 가격은 2만 6,600유로(약 4,60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BYD의 동급 모델보다 390유로(약 67만 원)나 저렴한 수준이다. 7월 출시 예정인 롱레인지 모델 역시 3만 3,490유로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여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배터리 전략과 현지 생산 체계가 있다. 스탠다드 모델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원가가 약 30%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42.2kWh)를 탑재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또한,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EV2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고 EU의 수입 관세 부담도 완전히 덜어냈다. 기아는 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을 마련했다.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작지만 강하다, 소형차 편견 깬 공간 활용



저렴한 가격을 위해 공간을 희생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EV2는 전장 4,060mm, 전폭 1,800mm, 전고 1,575mm로 현대 베뉴와 비슷한 체급이지만, 실내 공간 활용성은 차급을 뛰어넘는다.

특히 2열 슬라이딩 기능은 EV2의 백미다. 이를 통해 레그룸을 최대 958mm까지 확보,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며 소형 SUV의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62L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201L까지 확장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동급 최초로 15L 용량의 프론트 트렁크(프렁크)까지 마련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V2L 기능, 기아 AI 어시스턴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최신 편의 사양도 빠짐없이 챙겼다.

전쟁터가 된 유럽, 기아의 승부수는 통할까





ID.폴로 / 사진=Mobility Ground
ID.폴로 / 사진=Mobility Ground


기아가 EV2를 유럽에 먼저 선보인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 전기차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한 약 38만 대에 달했다. 특히 이탈리아(61.3%)와 프랑스(38.5%)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시장이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폭스바겐은 ID.크로스와 ID.폴로 출시를 예고했고, 르노 역시 2만 유로 미만의 트윙고 E-테크와 르노 4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무서운 상승세의 BYD는 이미 유럽 점유율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치열한 전장에서 기아는 EV2를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한편, EV2의 국내 출시는 미정이나, 소형 전기차 수요와 중국산 전기차 공세를 고려할 때 국내 도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