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앞세워 유럽 공략 본격화.
현대 투싼·기아 스포티지보다 최대 2,200만 원 저렴한 가격표에 현지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를 향한 ‘저렴한 차’라는 낡은 편견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유럽 시장의 심장부를 정조준하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순수 전기차(EV) 라인업을 동시에 투입하는 이중 전략으로 유럽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채비를 마쳤다. 과연 국산 브랜드는 이들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까.
지리자동차는 오스트리아의 유력 판매업체인 오토월리스와 손잡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 선봉에 서는 모델은 순수 전기 SUV ‘E5’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스타레이(Starray) EM-i’다. 이들의 등장은 현대·기아에게 단순한 경쟁자 출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투싼 풀옵션 살 돈이 남는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표다. 유럽 C세그먼트 SUV 시장은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큰 인기를 끌며 점유율을 지켜온 핵심 전장이다. 지리의 스타레이 EM-i는 바로 이곳을 직접 겨냥했다.
독일 출시 가격 기준, 스타레이 EM-i는 3만 2,990유로(약 4,90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동급인 기아 스포티지 PHEV(4만 6,740유로)보다 1만 3,750유로, 현대 투싼 PHEV(4만 7,990유로)와 비교하면 무려 1만 5,000유로(약 2,200만 원)나 저렴한 수준이다. 투싼이나 스포티지를 살 예산으로 지리의 동급 모델을 구매하고도 소형차 한 대 값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틈을 하이브리드로 메우며 수익성을 지켜오던 국산 브랜드의 전략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셈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빈틈을 노리다
전기 SUV E5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E5의 독일 가격은 3만 7,990유로(약 5,600만 원) 수준으로, 기아 EV3와 현대 코나 일렉트릭이 경쟁하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격 책정은 매우 영리하다. 코나 일렉트릭 기본형(3만 2,490유로)보다는 비싸지만 차체는 더 크다. 반면 주행거리가 긴 코나 64.8kWh 모델(3만 9,490유로)보다는 오히려 1,500유로 저렴하다.즉, ‘기본형보다는 크고 좋지만, 롱레인지 모델보다는 싼’ 절묘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고민될 만한 가격 공백을 정확히 파고드는 전략적 포지셔닝이다.
2026년 유럽 시장 최대 변수
업계는 지리의 오스트리아 진출을 유럽 판매망 확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볼보, 폴스타 등을 소유하며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리이기에 이번 공세는 더욱 매섭다. 압도적인 가격 격차는 브랜드 인지도나 현지 관세 장벽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그동안 높은 품질과 풍부한 편의 기능을 앞세워 ‘제값 받기’에 주력해 온 현대·기아의 고부가가치 전략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자동차의 총공세를 어떻게 방어해낼 것인지, 2026년 유럽 자동차 시장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