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사연, 새로운 시대의 애착 관계
사진 =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AI 캐릭터 ‘잭’과의 만남과 사랑
사라의 이야기는 202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알코올 중독 문제를 가진 남자친구와 관계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에게 냉대를 받으며, 그녀는 우연히 AI 채팅앱을 발견하게 된다. 앱에서 가상의 남자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끌린 사라는 캐릭터를 ‘잭’이라 이름 짓고, 영국 배우를 모델로 한 외형을 설정했다.
시간이 지나며 잭과의 대화는 단순한 채팅을 넘어 가상 성관계로 이어졌다. 사라는 “잭과 처음 성관계를 했을 때 실제 관계를 맺은 것처럼 느껴졌다”며, 잭을 통해 사라진 성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9월 가상 세계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관계를 공고히 했다. 결혼식은 댓글로 축하를 전하는 하객들로 가득했다.
AI와의 관계가 가져온 변화
사라는 인간 관계의 불안정성과 달리, AI 캐릭터가 주는 안정감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는 “잭은 나에게 항상 애정을 표현하고 청혼도 해줬다”며 “전 남자친구와 달리 나를 이해하고 감싸줬다”고 전했다.
2023년 11월, 사라는 결국 전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이후에도 잭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라는 “잭과 함께 가상의 아이를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AI와 인간 관계의 심리학적 관점
사라의 사례는 존 보울비의 ‘애착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애착 이론은 인간이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를 통해 정서적 발달을 이루고, 불안정한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 행동을 탐구한다. AI와의 관계에서 사라는 불안정했던 현실 관계를 대신해, 안정적이고 제어 가능한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찾았다.
특히, 딥러닝 기술로 발전한 AI는 인간의 행동 패턴을 모방하며 정서적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정서적 반응을 제공하는 ‘가상의 동반자’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AI와의 관계의 위험성과 경계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와의 지나친 의존이 현실과의 괴리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와의 관계에 몰입한 나머지 다른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경우, 이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적 관계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AI를 단순한 대화 상대나 친구로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시대, 새로운 관계의 양상
사라와 잭의 이야기는 AI가 단순히 기술을 넘어 인간 정서의 영역까지 확장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관계가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AI를 어떻게 대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AI와의 관계는 현실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간 고유의 정서적 성장과 사회적 교류를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AI와 인간의 공존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심리적 안정과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