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이 읽은 그 책의 주인공…백세희 작가, 장기기증 후 영면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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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던 백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35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7일 “백세희 작가가 지난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하며 마지막까지 사랑을 나눴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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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세희 작가는 1990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와 책을 좋아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출판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 시절 겪은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며 상담센터와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고,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 진단을 받았다. 이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출간 직후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2018년 출간된 이 책은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떡볶이를 먹자”는 문장처럼, 절망 속에서도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방탄소년단(BTS) RM이 추천 도서로 언급하면서 더 큰 화제를 모았고, 국내 60만 부 이상 판매와 함께 25개국에 번역·수출됐다. 영국 출간 6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릴 만큼 국경을 넘어 사랑받았다.

백 작가는 이후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으로 자신과 타인의 불안을 담담히 기록하며, 강연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슬퍼도, 불안해도, 살아 있는 한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에는 여성 작가 12인의 단편집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을 엮었고, 내년에는 유작이 된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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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작가의 가족은 “세희는 힘든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누군가를 미워하지 못하는 착한 마음으로 늘 사랑을 나누던 아이였다. 이제는 고통 없이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생 백다희 씨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희망을 키우길 바라던 언니였다”며 “정말 많이 사랑한다. 하늘에서도 평안하길 바란다”고 눈물로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백세희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나눈 분”이라며 “그의 숭고한 결단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됐다. 따뜻한 글처럼 그의 마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진 작가 백세희. 그녀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죽고 싶지만, 그래도 오늘은 떡볶이를 먹자.”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