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명소로 떠오른 관악산 연주대, 일부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와 바위에 새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 ‘운빨 명소’로 알려지며 벌어진 일,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면 국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왼쪽)과 바위에 낙서가 남겨진 장면. 소셜미디어(SNS) 캡처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5월,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산을 찾는다. 특히 서울의 명산 관악산은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의 발길로 연일 북적인다. 하지만 이 간절한 소원들이 모이는 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흔적으로 산이 깊은 신음을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버려진 쓰레기부터 지워지지 않는 낙서까지, 관악산의 몸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운빨 명소’로 떠오른 연주대, 그 이면
최근 몇 년 사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관악산 연주대가 ‘소원을 들어주는 명소’, ‘운빨 받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해발 629m 정상에 위치한 연주대는 아찔한 절벽과 탁 트인 서울 전경이 어우러져 본래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여기에 영험하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자, 간절한 마음을 품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문제는 늘어난 방문객 수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은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원을 빌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 오히려 소중한 자연을 훼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악산 언주대로 몰린 등산객들. 인스타그램
라면 국물과 음식물 쓰레기로 얼룩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연 쓰레기다. 특히 정상 부근 바위틈은 거대한 쓰레기통을 방불케 한다. 등산객들이 먹고 남은 과자 봉지, 음료수병은 물론, 심지어 라면 국물을 그대로 바위에 쏟아부은 흔적도 쉽게 발견된다. 기름진 국물은 바위에 그대로 스며들어 악취를 풍기고 생태계를 교란한다.한 자원봉사자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며 “특히 주말이 지나고 나면 바위 곳곳이 라면 국물과 김치 조각으로 얼룩져 있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모여 아름다운 명산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 지워지지 않는 상처
쓰레기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위 곳곳에 새겨진 낙서다.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신의 이름이나 소원을 새겨 넣은 흔적들은 한번 생기면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 유산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행위다.‘OOO 다녀감’, ‘소원 성취’ 등 의미 없는 글자들이 연주대 주변 암벽을 뒤덮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난을 넘어 명백한 자연 훼손 행위이며, 국립공원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좁은 정상 지역에서 일일이 단속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성숙한 시민의식, 산을 지키는 유일한 길
관악산의 아픔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명세를 얻은 전국의 많은 명산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산을 찾는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고, 자연의 일부인 바위와 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소원을 빌기 위해 산을 찾았다면, 그 간절한 마음만큼 자연을 아끼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관악산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