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니파바이러스 인도서 확산 조짐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발생 지역 여행 주의”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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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이 최대 75%에 이르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이 인도에서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과 특정 치료제가 없는 데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확인된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차세대 팬데믹 후보’로 거론되는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의료진 감염 현실화…서벵골주 중심 확산

인도 현지 언론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서벵골주를 중심으로 의료 종사자들 사이에서 니파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와 국가기술자문단(NTG)은 해당 지역 병원 종사자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100~200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2명이 중증으로 확진되면서 의료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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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파바이러스는 과일박쥐의 타액이나 배설물에 오염된 과일, 대추야자 수액 등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감염자와의 체액 접촉을 통해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잠복기는 평균 4~21일로 비교적 긴 편이며,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초기에 감염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증상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신경계 합병증이다.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염이 발생해 혼란, 발작, 의식 저하,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뇌척수막염까지 겪는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발작이나 인지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치명률은 40~75%로 보고돼, 현재 알려진 감염병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재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상용화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다. 인도 보건당국은 감염이 확인될 경우 단일클론항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항체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확산 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치료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차단과 격리”라고 강조한다.

사진=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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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유행을 반복해왔다. 인도에서는 2001년과 2007년 서벵골주에서 발생했고, 2018년 이후에는 케랄라주에서 거의 매년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서벵골과 케랄라를 니파바이러스의 ‘풍토병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인도 내 확산 조짐은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국은 서벵골주에서 출발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공항 검역을 강화했고, 네팔은 국경 경계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중국 역시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전파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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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제1급 감염병 대응 체계 가동

국내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이자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인천시와 보라매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지난해 실제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진행하며, 환자 발생 시 신고·격리·진단·치료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점검했다. 정부는 유전자 검출검사 체계를 구축해 국내 유입 시 즉각적인 진단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국내 확진 사례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발생 지역을 방문할 경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며, 대추야자 수액이나 생과일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니파바이러스는 아직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치명률과 치료 공백을 고려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감염병 중 하나”라며 “확산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