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3일 만에 3,500대 팔아치운 중국 전기차, 기아 EV5와는 다른 길 걷는다

900V 초급속 충전 기술 무기로 국내 상륙 예고, 현대차와 정면승부 펼칠까

지커8X / 사진=지커
지커8X / 사진=지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을 넘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가 있다. 지커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위기감이 아닌, 변화된 기술 격차, 달라진 가격 정책,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에 기인한다. 과연 이 거대한 흐름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상륙하게 될까.

최근 지커가 출시한 대형 SUV ‘8X’ 모델의 행보는 놀랍다. 공식 출시 후 불과 13일 만에 3,5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동시기 기아의 야심작 EV5가 한 달간 판매한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중국 시장이 더 이상 ‘저렴한 차’만 찾는 곳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비싸도 산다’는 소비자들, 가격 정책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커8X / 사진=지커
지커8X / 사진=지커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롭다. 지커 8X의 시작 가격은 약 7,100만 원, 최고급 모델은 1억 원을 호가한다. 약 3,2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기아 EV5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시장의 선택은 지커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구매자의 95% 이상이 주저 없이 최고급 트림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반면 경제성을 내세운 기아 EV5는 지난 1분기 총 5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는 과거의 공식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이 차가 비슷한 가격으로 국내에 출시된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

결정적 차이를 만든 9분, 기술 격차는 현실이 됐다



이러한 판매량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가 꼽힌다. 기아 EV5는 원가 절감을 위해 400V 전압 시스템을 채택,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7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커 8X는 9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해 단 9분 만에 동일한 수준의 충전이 가능하다.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주행하는 IT 기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를 원하고 있다. 지커 8X는 첨단 자율주행 기능과 고성능 하드웨어를 결합해 이러한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지커8X / 사진=지커
지커8X / 사진=지커


지커 8X의 성공은 단순히 충전 속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급의 넓은 실내 공간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 가족 단위 소비자들로부터 ‘이상적인 패밀리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중국 브랜드가 고급차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가성비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며 “국내 브랜드 역시 생존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커 8X의 성공은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기술 경쟁’의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내 출시가 예정된 만큼, 국산 전기차들이 어떤 혁신으로 이 도전에 응수할지 지켜볼 일이다.

지커8X / 사진=지커
지커8X / 사진=지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