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N서 화제 모았던 ‘가상 변속’, 포르쉐의 해답은 달랐다
105kWh 배터리와 320kW 초급속 충전, 판매 부진 털어낼까
포르쉐가 위기 탈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출시 이후 최저 판매량을 기록한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의 대대적인 상품성 개선 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핵심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가상 변속’ 시스템 도입, 주행 거리를 늘린 ‘배터리 시스템’ 개선, 그리고 완전히 새로워진 ‘디지털 환경’이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 5 N을 통해 먼저 알려진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기차에 8단 변속? 현대차 떠오르는 이유
예상치 못한 소식이다. 신형 타이칸의 핵심은 ‘E-시프트(E-Shift)’라 불리는 가상 8단 변속 시스템이다. 전기차 특유의 밋밋한 가속감을 버리고, 내연기관 고성능차처럼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는 재미를 구현했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가상의 기어가 오르내린다. 단순히 소리만 내는 흉내가 아니다. 포르쉐는 기어 단수에 따라 토크 변화를 정교하게 제어하고, 감속 시에는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한 느낌까지 재현했다고 밝혔다. 전용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실제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이는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이 ‘N e-시프트’로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던 기술과 유사한 개념이다.
충전 걱정 덜어낼 배터리 시스템, 과연 충분할까
주행 성능만 개선된 것이 아니다. 전기차 오너라면 누구나 겪는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기본형 모델부터 105kWh 대용량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기본 탑재했다. 기존보다 용량을 키워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충전 속도 역시 대폭 향상됐다. 최대 320kW급 DC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장거리 이동 시 충전소에 머무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배터리 현재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SOH(State of Health) 표시 기능까지 추가해 중고차 가치 방어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는 테슬라 충전 방식(NACS) 포트도 적용했다.
내부까지 바꿨다, 완전히 새로워진 디지털 경험
실내 디지털 환경도 환골탈태했다. 새로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는 연산 성능이 기존 대비 최대 5배 빨라졌다. 내비게이션 화면 전환이나 앱 실행 시 답답함이 사라졌다.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기능도 똑똑해졌다. 매번 “헤이 포르쉐”를 외칠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성능도 25W로 강화돼 기존보다 1.5배가량 빠르게 충전된다.
포르쉐의 이번 변화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타이칸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만 6339대 판매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메르세데스-AMG GT EV, 루시드 에어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이다. 과감한 변화를 택한 신형 타이칸이 전기 스포츠 세단 시장의 판도를 다시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형 타이칸의 미국 시장 시작 가격은 11만 1900달러(약 1억 5300만 원)부터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