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800원대 고유가 시대, 6기통 LPG 세단의 매력 재조명

힘 약하고 트렁크 좁다는 편견 깨져… 유지비 따지는 실속파 운전자 늘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 그랜저는 여전히 강력한 이름이다. ‘성공한 아빠의 차’라는 상징성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드는 큰 이유로 작용한다.

그런데 최근 이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그랜저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의 공통된 이유는 ‘유지비’와 ‘실속’이었다.

고공행진 하는 기름값이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계산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연 65만원 차이, 유가에 민감해진 지갑

최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대 중반을 넘어섰다. 반면 자동차용 LPG 가격은 1,100원 안팎으로, 휘발유의 59% 수준에 머문다. 이 차이는 배기량이 큰 차일수록 운전자의 지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아 K8 3.5 LPG 모델과 가솔린 모델을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해진다. 연간 1만 5,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유류비는 LPG가 약 211만 원, 가솔린이 약 276만 원이다. 1년에 65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주행거리가 2만km를 넘는 운전자라면 절약 폭은 80만 원 이상으로 커진다. 출퇴근 거리가 긴 운전자일수록 체감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LPG는 힘 약하다는 편견이 깨진 이유

과거 LPG 차량은 힘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주로 2.0리터급 택시나 렌터카를 통해 형성된 편견이다. 하지만 K8 3.5 LPG는 3,470cc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이런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0kgf·m의 성능은 5m가 넘는 차체를 부드럽고 여유롭게 이끈다. 폭발적인 가속력보다는 6기통 엔진 특유의 정숙하고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 강점이다. 도심 주행이나 고속도로 추월 등 실용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골프백도 거뜬, 트렁크 공간의 반전

과거 LPG 세단의 치명적 약점은 트렁크 공간이었다. 커다란 원통형 가스 탱크가 공간 대부분을 차지해 패밀리 세단으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K8은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도넛형 탱크를 매립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트렁크 바닥이 평평하게 유지되면서 대형 캐리어나 유모차, 골프백 여러 개를 싣는 데 불편함이 없다. 넓은 2열 레그룸과 함께 가족용 차로서의 실용성을 확보한 셈이다.

물론 그랜저가 가진 브랜드 인지도와 높은 중고차 가격은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를 무시할 수 없는 고유가 시대가 오면서, 소비자들은 엠블럼의 가치보다 실질적인 유지비를 더 중요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