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만 봤다면 절반만 본 것…넷플릭스로 정주행할 봉준호의 ‘진짜 세계’

아카데미를 석권한 거장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방 1열에서 마스터할 기회

넷플릭스 추천 영화 5선.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옥자’부터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 필모그래피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이라는 세계 영화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 이제 그의 이름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예측불허의 스토리텔링, 장르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넷플릭스를 통해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초기 걸작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까지,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해야 할 봉준호 감독의 5편을 소개한다.

1.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당신은 누구인가?”… 한국형 스릴러의 시작

봉준호 감독을 ‘봉테일’이라는 별명과 함께 스타 감독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범인을 잡으려는 두 형사의 집요한 수사와 시대의 무력감을 그린다.

안개와 어둠을 활용한 독보적인 미장센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송강호와 김상경의 대조적인 연기는 인간적 고뇌를 깊이 있게 담아낸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시대의 공기와 상처를 스크린에 새긴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 마더 (Mother, 2009)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모성의 광기, 그 끝을 보다

‘국민 엄마’ 김혜자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강렬한 심리 스릴러다.

살인 용의자로 몰린 아들(원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홀로 진실을 파헤치는 엄마의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을 그린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사투는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안긴다.

김혜자의 신들린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3.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우리는 꼬리칸이다!”… 얼어붙은 세상, 멈추지 않는 계급투쟁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새로운 빙하기에 인류 마지막 생존처가 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반란을 그린다.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턴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송강호, 고아성이 만나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꼬리칸부터 엔진이 있는 앞칸까지, 각 칸마다 달라지는 비주얼은 계급 사회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상징하며 봉준호식 사회 풍자의 정수를 보여준다.

4. 옥자 (Okja, 2017)

“옥자는 돼지가 아니야!”… 소녀와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 그리고 자본주의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오리지널 대작으로,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거대 슈퍼돼지 ‘옥자’의 특별한 우정과 모험을 담았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뉴욕으로 끌려간 옥자를 구하기 위한 미자의 여정은 동물권과 환경 문제, 그리고 생명의 가치에 대한 묵직한 윤리적 메시지를 던진다.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봉준호식 유머, 사회 비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5. 기생충 (Parasite, 2019)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야”… 세계를 뒤흔든 웃기고 슬픈 희비극 전원 백수 가족이 글로벌 IT기업 CEO의 집에 과외교사로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세계 영화사의 이정표를 세웠다.

빈부격차와 계급 문제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천재적인 장르 변주로 풀어내며 전 세계 관객의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송강호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 왜 우리는 봉준호에 열광하는가

소개된 다섯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봉준호 감독의 실험 정신과 인간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다.

그는 스릴러, SF,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계급, 가족, 권력 구조라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일관되게 녹여낸다.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는 ‘살인의 추억’이 보여준 한국적 스릴러의 깊이부터 ‘설국열차’와 ‘옥자’로 확장된 글로벌 감각, 그리고 ‘기생충’이 이뤄낸 세계 영화사적 성취까지, 거장 봉준호의 진화 과정을 한 번에 목격할 수 있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