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만 달러 상금을 두고 벌이는 참가자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생존 전략.

원작 드라마의 세계관은 그대로, ‘죽음’ 대신 ‘탈락’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 넷플릭스


지난 4일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가 공개됐다. 주말을 거치며 본격적인 입소문과 함께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을 현실로 옮겨온 이 리얼리티 쇼는, 공개 전부터 “원작의 명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궁극의 리얼리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원작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그 자체로 지독하고 자극적인 ‘서바이벌 쇼’다.

62억 상금, 현실이 된 거대 세트장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스틸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스틸 / 넷플릭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역시 456명의 참가자가 456만 달러(약 62억 원)라는 거대한 상금을 놓고 경쟁한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극한 경쟁에 몰입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원작 드라마 속 시각적 상징들이 그대로 재현됐다.

알록달록한 놀이터를 연상시키지만, 그 안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벌어지는 거대한 게임장,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붉은 경비원복, 계급처럼 나뉜 참가자들의 녹색 운동복까지. 이 정교한 세트장은 그 자체로 참가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원작보다 치밀한 심리전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원작보다 치밀한 심리전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원작보다 치밀한 심리전 / 넷플릭스
원작 드라마가 ‘죽음’이라는 극한의 공포를 그렸다면, 리얼리티 쇼는 ‘탈락’이라는 현실적 좌절을 그린다. 물론 그 무게는 다르다. 하지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거액의 상금 앞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연대하고, 전략을 짜고, 또 가차 없이 배신한다.

시즌 2에는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익숙한 게임 외에도 새로운 변형 게임들이 추가됐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이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존 본능과 “함께 이겨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 사이에서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된다. “현실에서 ‘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경쟁적이고 위계적인 상황”이라는 언론 리뷰가 이를 뒷받침한다.

엇갈린 평가 “메시지 실종” vs “장르적 쾌감”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역대급 상금과 스케일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역대급 상금과 스케일 / 넷플릭스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글로벌 리얼리티 쇼 팬들은 “역대급 상금과 스케일”, “참가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심리전이 흥미롭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작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현실 속 인물들을 통해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평이다.

반면, 원작 드라마의 열렬한 팬들과 비평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가장 큰 비판 지점은 원작이 담았던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가 ‘리얼리티’라는 포맷 안에서 완전히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가 상업적인 경쟁 구도로 단순화됐다”며 “원작의 메시지를 그저 ‘즐거움을 위한 경쟁’으로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참가자들의 과도한 심리적 부담 등 윤리적 쟁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K-콘텐츠의 확장, 성공일까 독배일까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리얼리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시즌2, 리얼리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한국 드라마 원작 IP(지식재산권)가 글로벌 리얼리티 예능으로 확장된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이는 K-콘텐츠가 단순히 시청각 매체를 넘어, 시청자가 ‘경험’하는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포맷 확장이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원작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원작의 강점이 단순한 ‘죽음의 게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리얼리티 쇼 버전은 그 핵심이 약화된 채 스펙터클만 남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는 이번 리얼리티 쇼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영향력을 입증했지만, 이것이 K-콘텐츠의 전략적 확장일지, 아니면 원작의 가치를 깎아 먹는 ‘독배’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