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귀화해도 못 피했다
불법 만화 사이트 운영자 송환
웹툰과 웹소설은 이제 K콘텐츠를 대표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밤낮없이 만든 작품들이 불법 사이트에 올라가 무료로 유통되는 현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거나 국적을 바꿔 수사망을 피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저작권 범죄는 점점 국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년간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일본 국적 남성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콘텐츠 업계와 수사당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일본 국적의 A씨(37)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복제 만화 공유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A씨가 ‘슬램덩크’,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 유명 만화 저작물 1400여 개를 무단 게시하고, 사이트 내 도박 광고를 통해 범죄 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원래 한국 국적이었으나 2017년 일본으로 출국한 뒤 2022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이후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향후 사이트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 범죄 수익 규모 등을 본격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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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송환은 단순한 검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02년 한일 범죄인인도조약 체결 이후 일본 국적 범죄인을 한국이 직접 인도받은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24년 초부터 일본 당국과 협의를 진행했고, 범죄인 인도 재판 절차와 양국 협의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검찰과 경찰,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사건 자료를 정리하고 일본 당국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긴밀한 공조를 이어왔다. 올해 3월에는 일본 현지에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물과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사례가 해외 체류나 국적 변경을 통해 수사를 피하려는 저작권 침해 사범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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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콘텐츠 유통이 남긴 피해는 막대하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해당 불법 사이트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약 59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웹툰 업계 피해액은 약 4776억 원, 웹소설 업계 피해액은 약 1200억 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또 해당 사이트가 실질적으로 운영된 2018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피해 규모는 최소 4조780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몇몇 작품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의 수익 감소와 콘텐츠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심각한 산업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콘창
이번 송환과 함께 웹툰·웹소설 작가들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와 피해 작가 134명은 경찰청에 형사고소장을 제출하고 신속한 수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불법 콘텐츠 유통이 단순 저작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광고 수익 창출과 불법 도박 사이트 유입, 범죄 수익 은닉 가능성 등이 결합된 조직형 사이버 경제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관련 계정과 서버, 광고 수익 구조,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 디지털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범죄 전반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각 사이트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일 방침이다.
법무부와 문체부는 검찰·경찰과 협력해 범행 수법과 운영 구조를 규명하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만화가협회 역시 이번 송환을 “장기간 지속된 불법 웹툰 유통 범죄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확인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K웹툰과 K웹소설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유통 문제는 산업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로 꼽혀왔다. 업계는 이번 송환이 단발성 사건에 그치지 않고 국제 공조를 통한 저작권 범죄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