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공이 아니다, 초당 500번 데이터 전송하는 ‘스마트 공인구’의 비밀

텔스타18, 알 리흘라, 트리온다로 이어진 8년간의 기술 진화 과정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의 내부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의 내부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더 이상 선수의 발끝만이 아니다. 축구공 내부에 탑재된 첨단 센서가 보내는 데이터가 경기 판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8년 만에 월드컵 공인구는 단순한 경기 도구에서 초정밀 스포츠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진화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였던 ‘텔스타 18’은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칩을 내장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 팬들에게 증강현실(AR) 같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지만, 경기 데이터 수집 기능은 없어 스마트 축구공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알 리흘라 내부에 장착된 기기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알 리흘라 내부에 장착된 기기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팬 서비스에서 판정 보조 장비로 변신했다

본격적인 변화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시작됐다. 공인구 ‘알 리흘라’는 축구공 자체가 판정 시스템의 일부가 된 첫 사례다. 공 중앙에 관성측정장치(IMU) 센서를 탑재해 공의 모든 움직임을 초당 500회 측정했다. 이 데이터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운영실로 즉시 전송됐다.

심판진은 이 정보를 선수 추적 데이터와 결합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SAOT)’에 활용했다. 공이 선수의 발을 떠나는 순간을 밀리초(㎳) 단위로 포착하면서 오프사이드 판독의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알 리흘라에 적용된 ‘커넥티드 볼 기술’은 축구공을 심판의 눈을 보조하는 핵심 장비로 만들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 공인구 트리온다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2026 북중미월드컵 공인구 트리온다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실시간 데이터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왔다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트리온다’는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최신 500Hz 모션 센서는 공의 회전, 가속도, 접촉 여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VAR 판정을 지원한다. 이 데이터는 오프사이드를 넘어 득점 여부나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터치까지 잡아낸다.

실제로 지난 15일 스웨덴과 튀니지 경기에서 심판조차 인지하지 못한 득점 직전의 미세한 신체 접촉이 센서 파형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제 월드컵의 승패는 선수들의 실력뿐 아니라, 공에 숨은 반도체와 센서 기술에 따라 갈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텔스타 18이 팬과 소통하는 도구였다면, 알 리흘라는 심판을 돕는 데이터 센서로 거듭났다. 그리고 트리온다는 이제 판정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다. 월드컵 공인구는 더 이상 단순한 가죽공이 아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