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건축가가 13년간 빚어낸 6만 평 규모 인문학 정원
입장료 5만 원에도 예약 전쟁 벌어지는 양평의 숨은 명소
메덩골정원 겨울 풍경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경기도 양평의 깊은 산속, 지도 위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비밀의 공간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무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침묵 속에 준비된 ‘메덩골정원’이다.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어놓은 수목원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서양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한국적 정원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거대한 사유의 공간이다.
13년의 기다림 끝에 드러난 6만 평의 대지
서울에서 차로 불과 1시간 남짓,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양평 양동면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전체 부지만 약 6만 평에 달하며, 그중 7천 평 규모의 ‘한국정원’ 구역이 지난 9월 대중에게 먼저 공개됐다. 이곳은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현혹하기보다 ‘비움’과 ‘여백’을 통해 방문객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개장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치열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현대인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온전한 쉼이 이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덩골정원 설경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승효상이 그려낸 미니멀리즘의 정수 선곡서원
정원의 중심을 잡는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가 선보인 ‘선곡서원’은 안동의 병산서원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군더더기 없는 절제미와 주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축 방식은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빈자의 미학’과 맥을 같이 한다.
건축물이 자연을 압도하지 않고, 정원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 겸손하게 스며들었다. 칠레와 스페인 등 해외 유명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풍경을 완성했다.
5만 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이유
메덩골정원 모습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성인 기준 5만 원이라는 다소 높은 입장료가 책정되었음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전문 도슨트의 해설은 정원 곳곳에 숨겨진 철학적 의미를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
운이 따른다면 고요한 숲속에서 울려 퍼지는 가야금이나 판소리 공연을 마주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가 정원의 운치를 더하며, 겨울에는 설경이 주는 고요함이 압권이다.
건축가 승효상과 정원의 미래
메덩골정원을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는 ‘비움’의 가치를 건축에 담아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과거 “건축은 부동산이 아니라 우리 삶을 조직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원 프로젝트 역시 단순한 조경 공사가 아니라, 땅이 가진 본래의 성질을 회복하고 인간이 자연 속에서 성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최근 SNS를 중심으로 이곳을 다녀온 이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압도적인 평온함에 매료됐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고요한 공간”이라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2026년 상반기에는 ‘현대정원’ 구역까지 추가로 개장될 예정이라, 완성된 정원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메덩골정원 풍경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메덩골정원 건물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메덩골정원 겨울 / 사진=메덩골정원 공식 SNS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