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스쳐 지나갔다’
가보면 만족도 높은 노천 온천

겨울에만 가능한 사치가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노천 온천’이다. 문제는 ‘좋다’는 건 알지만, 막상 검색하면 늘 비슷한 곳만 반복된다는 점이다. 검색하면 늘 비슷한 곳만 나온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왜 여긴 이렇게 조용하지? 싶은 노천 온천들이 있다. 이번에는 사람은 몰리지 않지만, 만족도만큼은 높은 곳들을 선정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가 있고, 여행객들이 지나치기 쉬웠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노천 온천들이다.
사진=설해원
사진=설해원
산이 만든 겨울 판타지… 설악산 뷰 노천 스파

강원 양양의 ‘설해원 온천’은 산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노천 스파라는 점에서 겨울에 특히 강하다. 겨울 설악산 능선이 하얗게 올라오는 날, 물김이 피어오르는 야외탕에서 보는 풍경은 ‘온천’이라기보다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보통 노천 온천이 ‘뜨끈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곳은 ‘뷰’가 주연이다.

그런데도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지나쳐 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형 워터파크처럼 대규모 가족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가 아니고, ‘온천=대중형 물놀이 시설’로 인식되며 대중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행 기사에서도 종종 언급되지만, 주말 가족 코스의 정답처럼 반복 노출되는 유형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용히 소비되는 편이다.
사진=리솜
사진=리솜


겨울바다와 수평선… ‘노천’이 더 낭만적인 곳

충남 태안의 아일랜드 리솜 ‘오아식스 선셋 스파’는 ‘바다를 보며 지지는’ 감각이 또렷한 곳이다. 겨울 서해는 바람이 차갑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노천 스파의 만족도를 키운다. 수평선이 열리는 방향으로 야외 공간이 구성돼 있어, 계절이 주는 분위기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그런데 이곳 역시 ‘온천 추천’ 글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타입은 아니다. 시설 성격이 ‘온천장’이라기보다 ‘리조트 스파’에 가깝고, 여행 독자들이 검색하는 키워드도 ‘태안 여행’이나 ‘리솜’ 쪽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즉, 인지도는 있는데도 ‘노천 온천’으로 단독 각인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오히려 “노천 온천”을 찾는 사람들에겐 의외의 선택지가 된다.

사진=척산온천휴양촌
사진=척산온천휴양촌
대형 워터파크가 아닌 ‘순도 높은 온천’… 자연 노천탕

속초의 ‘척산온천휴양촌’은 설악산 자락에서 온천을 즐기는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 화려한 테마 시설보다 온천 그 자체에 집중한 구성이라, 노천에서 겨울 공기를 맞으며 온기만 느끼고 싶을 때 적합하다. 같은 속초권에서도 대형 복합형 워터파크가 주목받는 탓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온천’ 쪽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바다 가까이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이지만, 여행 소비가 ‘강화도 당일치기’나 ‘서해 드라이브’로 묶여버리면서 그동안 온천 자체가 주연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겨울바다+노천” 조합을 찾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빈틈이 된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만족도가 높은데, 상대적으로 묻힌 것이다.

사진=유성온천
사진=유성온천
‘목욕’ 대신 ‘체험’으로 즐기는 노천 온천… 무료 족욕 스폿

대전 유성온천 일대의 ‘족욕 체험’은 완전히 다른 방향의 노천 온천이다. 탕에 들어가는 온천이 아니라, 산책 중 잠깐 들러 발을 담그는 형태다. ‘온천 여행’ 콘텐츠에서 자주 빠지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숙박형 온천이나 대형 스파와 달리 체류 시간이 짧고, 관광 동선에서 ‘메인 목적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여행의 흐름을 보면 오히려 이런 장소가 강하다. 예약이 필요 없고, 비용 부담이 낮거나 없으며, 30분~1시간짜리 ‘소확행’으로 끼워 넣기 좋다. 주말에 멀리 떠나기 부담스러울 때, ‘온천 감성’만 간단히 맛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숨겨진 ‘노천 온천’ 명소의 공통점

‘유명세를 타지 못한’ 노천 온천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첫째, 대형 워터파크처럼 대중적인 검색 키워드(아이 동반, 물놀이)와 결이 달라 상위 노출이 약하다. 둘째, 리조트·지역 여행 키워드에 묶이면서 ‘노천 온천’으로 단독 각인되지 않는다. 셋째, 시설이 조용하고 동선이 분산돼 ‘핫플 인증샷’ 중심의 콘텐츠 확산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렇다고 매력이 약한 건 아니다. 오히려 겨울 노천 온천의 본질에 더 가까운 곳들이다. 2월, 눈이 남아 있거나 바람이 차가운 날일수록 노천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이번 겨울엔 남들이 다 아는 곳 말고, ‘조용히 좋았던’ 노천 온천으로 몸과 마음을 한 번에 녹여보자.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