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美 시장 단종… IRA 보조금·관세 장벽에 밀려 ‘한국 생산’의 한계 직면
제네시스의 첫 순수전기 세단, **G80 전동화 모델(Electrified G80)**이 미국 시장에서 조용히 퇴장한다.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지 못한 결과다. 이는 단순히 한 모델의 단종을 넘어, 오늘날 전기차 시장에서 ‘어디서 만드느냐’가 ‘얼마나 잘 만드느냐’만큼이나 중요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보조금 0원, 관세 15%’… 가격표에 찍힌 낙인
G80 전동화 모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꼬리표였다. 한국 울산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탓에,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주어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7,500달러(약 1,000만 원) 보조금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됐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여기에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5%의 추가 관세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1억 원이 넘는 럭셔리 세단이 보조금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세금 부담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단 77대에 그치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선택과 집중, ‘메이드 인 아메리카’ GV70에 올인
결국 제네시스는 G80 전동화 모델의 단종이라는 냉철한 결정을 내리고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현지 생산되는 **‘GV70 전동화 모델’**이 있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조건 덕분에 IRA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어, G80과 달리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제네시스는 G80 세단 대신, 보조금을 받는 GV70과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 GV60 두 SUV에 집중하겠다는 생존 전략을 택한 것이다.
잘 만들었지만, 설 곳 없었던 비운의 세단
아이러니하게도, G80 전동화 모델 자체의 상품성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370마력의 강력한 성능과 454km의 넉넉한 주행거리, 내연기관 G80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를 그대로 계승하며 ‘조용한 럭셔리 세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G80 전기차(출처=제네시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