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하나로 ‘게임 체인저’ 등극, 대체 뭐가 달랐나

기아 스포티지 1.6 터보가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완성형 패밀리 SUV’로 등극했다. 현대 투싼과의 경쟁에서 ‘승차감’이라는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셈이다. 사실 이 두 차는 플랫폼부터 엔진까지 공유하는 ‘쌍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근 ‘더 뉴 스포티지’가 부분변경을 감행하며 치명적 단점으로 지적받던 7단 DCT를 버렸다. 반면 투싼은 여전히 7단 DCT를 고수 중이다. 이 작은 차이가 아빠들의 선택을 가르는 거대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측정면 (출처=기아)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측정면 (출처=기아)


“울컥거림” 안녕! 7단 DCT 대신 8단을 선택한 이유

이전까지 스포티지와 투싼 1.6 터보 모델은 모두 7단 건식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썼다. DCT는 동력 전달이 빠릿하고 기름도 적게 먹는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운전의 재미를 아는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실내 (출처=기아)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실내 (출처=기아)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울컥거림’. 특히 차가 막히는 도심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차가 꿀렁대거나 변속 충격이 느껴진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패밀리 SUV로서는 참기 힘든 단점이었다. “뒷자리에 탄 아이가 멀미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였다.

기아의 결단, “효율” 버리고 “승차감” 잡다

결국 기아가 칼을 빼 들었다. 2025년형 ‘더 뉴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1.6 터보 모델에서 7단 DCT를 과감히 삭제했다.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실내디스플레이 (출처=기아)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실내디스플레이 (출처=기아)
대신 투입된 선수는 바로 검증된 ‘8단 자동변속기’다. 우리가 흔히 아는 토크컨버터 방식이다. DCT보다 연비가 아주 살짝(정말 미세하게) 손해 볼 순 있어도, 비교 불가능한 ‘부드러움’과 ‘신뢰성’을 얻었다. 저속에서 부드럽게 출발하고, 변속 충격 없이 매끈하게 속도를 올린다. SUV 본연의 가치인 ‘편안함’을 선택한 기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정면 (출처=기아)
기아 스포티지 4세대 정면 (출처=기아)

투싼은 왜? ...굳건한 7단 DCT의 길

반면 현대 투싼은 2025년형 모델에서도 1.6 터보에 7단 DCT 조합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DCT 특유의 즉각적인 변속감과 높은 효율성을 선호하는 운전자도 여전히 존재한다. 빠른 반응 속도를 중시한다면 투싼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아 더 뉴 스포티지 헤드램프 (출처=기아)
기아 더 뉴 스포티지 헤드램프 (출처=기아)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명확히 갈린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최우선으로 두는 ‘아빠’ 운전자들과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스포티지의 8단 자동변속기가 훨씬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두 쌍둥이 SUV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게 됐다. 짜릿한 주행감과 효율이냐, 가족을 위한 편안함과 검증된 내구성이냐. 선택은 명확해졌다.

변속기만? NO! “역시 스포티지” 소리 나오는 이유

물론 스포티지의 매력이 변속기 하나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조화)’가 적용된 세련된 외관은 여전히 도로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아 더 뉴 스포티지 측후면 (출처=기아)
기아 더 뉴 스포티지 측후면 (출처=기아)
실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전장 4,685mm,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 2,755mm로, 웬만한 중형 SUV 부럽지 않은 넉넉한 2열 공간을 자랑한다. 풍부한 편의 사양은 기본이다.

180마력을 내는 1.6 터보 엔진이 8단 자동변속기와 부드럽게 만나면서 주행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젠 투싼 말고 스포티지”라는 ‘차잘알(차를 잘 아는 사람)’들의 조언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