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영업이익 2위 등극, 판매량은 3위지만 수익성에서 폭스바겐 그룹 첫 추월.
미국 관세 압박과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이뤄낸 성과의 비결은?
현대 투싼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봄기운이 완연한 3월, 국내 자동차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글로벌 영업이익 순위에서 독일의 강자 폭스바겐을 처음으로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단순히 판매 대수를 늘린 결과가 아닌, 수익성 측면에서 이뤄낸 질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제네시스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 영리한 관세 대응, 그리고 경쟁사의 부진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과연 ‘가성비’ 브랜드로 불리던 현대차는 어떻게 이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을까?
20조 대 15조, 이익 규모의 역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20조 5,46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은 약 15조 3,000억 원에 그쳤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폭스바겐이 551조 원으로 현대차그룹(300조 원)의 두 배 가까이 되지만, 실속은 현대차그룹이 더 알차게 챙긴 셈이다. 글로벌 1위 토요타(약 40조 2,000억 원)의 벽은 아직 높지만,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2의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프GTI / 사진=폭스바겐
제네시스와 SUV, 수익 구조를 바꾸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성공적인 제품 믹스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투싼, 싼타페 등 고수익 차종인 SUV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과거 박리다매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한 대를 팔아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6.8%로, 2.8%에 머무른 폭스바겐을 압도했다. 더 이상 ‘싸고 좋은 차’가 아닌, ‘제값 받는 차’로 글로벌 시장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세 장벽과 중국 시장, 엇갈린 운명
외부 환경 요인도 두 회사의 희비를 갈랐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관세 부담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특히 중국 현지 전기차 브랜드의 약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부담한 관세 비용은 토요타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략적 판단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하이브리드 앞세워 성장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750만 대로 설정하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아반떼와 투싼 등 주력 모델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물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공세 등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과제다. 판매량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도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