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니버스 시장 석권했던 ‘이스타나’의 화려한 귀환, 전기차로 재탄생
국산 배터리 탑재, 328km 주행…투리스모 단종 후 비어있던 미니밴 시장까지 넘본다





KG모빌리티(KGM)의 상용차 부문인 KG모빌리티커머셜(KGMC)이 과거 쌍용자동차의 영광을 재현할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체 개발한 첫 전기버스 ‘이-스타나(E-Stana)’가 최근 환경부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시스템(KENCIS) 인증을 통과하며 시장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는 KGMC가 KGM에 인수된 후 선보이는 첫 독자 개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스타나’라는 이름은 1990년대 대한민국 아빠들의 ‘드림카’이자 미니버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쌍용차의 명성을 떠올리게 한다. KGM은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 기술로 계승하며 상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도로 위를 지배했던 전설의 귀환







과거 쌍용 이스타나는 벤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내구성과 당시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넓은 실내 공간으로 학원 버스, 소규모 운송업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도로 위의 강자’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이다.

새롭게 탄생한 ‘이-스타나’는 이름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내구성이라는 핵심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약 7m 전장의 저상 구조를 갖춘 준중형 버스로, 인구 감소로 인해 대형버스 수요가 줄고 있는 마을버스 및 시내버스 시장의 틈새를 정조준한다. 현대차의 ‘카운티 일렉트릭’, 우진산전의 ‘아폴로 700’ 등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산 기술로 무장한 전기 심장



신형 이-스타나의 가장 큰 무기는 ‘국산 기술’이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삼성 SDI의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제품을 탑재했다. 151kWh 용량의 배터리로 1회 완전 충전 시 복합 328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는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하루 운행 거리가 긴 버스의 특성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기술 독립을 이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안정적인 부품 수급과 신속한 A/S 대응으로 이어져 상용차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상 가격은 약 1억 5000만원 선으로, 보조금 혜택과 저렴한 유지비를 고려하면 운수업체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단순한 버스를 넘어 미니밴 시장까지



이-스타나의 등장은 단순히 전기버스 라인업 확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업계에서는 KGM이 이-스타나 플랫폼을 활용해 과거 ‘투리스모’ 단종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승합차 및 미니밴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로 이-스타나를 기반으로 화물 운송용 전기 밴이나 공공기관, 호텔 등에서 사용하는 셔틀 모델 등 다양한 파생 차종을 선보일 수 있다. 이는 KGM이 승용 전기차 토레스 EVX에 이어 상용차 부문에서도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다목적 차량(MPV)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전략적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