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폭스바겐, 12조 원 자체 개발 포기하고 중국 기술 수혈 결정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각 변동 속 독자 노선 걷는 현대차 재조명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중국의 기술을 탑재한 신형 전기차의 양산을 시작하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기업이 자체 기술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의 힘을 빌렸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수년간 1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결국 중국의 손을 잡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결정의 중심에는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의 부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기술력, 그리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현대차’의 약진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독일 기술의 상징이던 폭스바겐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12조 원의 실패, 결국 중국 기술로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 카리아드에 약 1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계속 지연됐고, 완성도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폭스바겐은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나섰다.
그 대안이 바로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이었다. 폭스바겐은 2023년 7월, 샤오펑에 약 1조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리고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샤오펑의 기술을 이식한 ‘ID.유닉스 08’의 양산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압도적 효율, 개발 기간 30% 단축
‘ID.유닉스 08’은 폭스바겐의 엠블럼을 달고 있지만, 그 속은 사실상 샤오펑의 기술로 채워져 있다. 샤오펑의 차세대 전기차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800V 고전압 플랫폼, 스마트 콕핏 솔루션이 대거 적용됐다. 이를 통해 통상 4~5년이 걸리는 신차 개발 기간을 30%나 단축하고, 비용은 40%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차량의 성능 또한 인상적이다. 길이 5미터에 휠베이스 3미터가 넘는 큰 차체에 95kWh LFP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730km(중국 C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1500TOPS급 AI 칩을 탑재해 주차부터 주행까지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갖췄다.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차의 독자 노선, 빛을 발하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행보는 비단 한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토요타는 BYD와, 스텔란티스는 립모터와 손을 잡는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중국 기술 의존’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들의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독자 생존이 가능한 기업으로 테슬라, GM, 그리고 현대차그룹을 꼽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5, EV6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폭스바겐이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뚝심 있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현대차의 독립적인 노선이 결과적으로 더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