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 60g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 20% 감소
연구로 밝혀진 ‘설포라판’ 성분의 항암 효과와 건강한 장을 위한 식습관 제안

브로콜리 하루 단 60g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 20% 감소
브로콜리 하루 단 60g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 20% 감소


“나이 들어 걸리는 병”으로 여겨졌던 대장암이 이제 젊은 층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대장암 진단 환자 10명 중 1명이 50대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5명 중 1명꼴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해 30~40대 젊은 대장암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국립암센터는 아직 젊은 대장암의 폭발적인 증가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가공육과 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 과일 및 채소 섭취 부족, 만성 염증,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채소군이 대장 건강을 지키고 암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BMC 소화기학(BMC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가 대장암 발병 위험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엄청난 양을 섭취하지 않아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 단 60g(생 브로콜리 약 ⅔컵) 정도의 적은 양으로도 대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브로콜리, 설포라판은 장 내벽을 튼튼하게 만들고,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브로콜리, 설포라판은 장 내벽을 튼튼하게 만들고,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브로콜리 속 숨겨진 항암 성분, 그 정체는?

십자화과 채소라고 하면 특유의 향과 가스를 유발하는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는 풍부한 식이섬유 때문이다. 브로콜리 한 컵에는 약 2.4g의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포만감을 주고 소화를 도우며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이 채소들의 진가는 식이섬유에만 있지 않다. 핵심은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라는 강력한 식물성 화합물에 있다. 우리 몸은 십자화과 채소를 섭취하면 글루코시놀레이트를 ‘설포라판(Sulforaphane)’과 ‘인돌-3-카비놀(I3C)’이라는 물질로 분해한다.

한 암 예방 전문가는 “설포라판은 장 내벽을 튼튼하게 만들고,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며, 암세포의 성장 경로를 차단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기능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I3C 역시 암세포의 증식을 늦추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리플라워, 십자화과 채소에는 퀘르세틴, 캠페롤, 아피제닌과 같은 페놀 화합물도 풍부하다
콜리플라워, 십자화과 채소에는 퀘르세틴, 캠페롤, 아피제닌과 같은 페놀 화합물도 풍부하다

설포라판만이 아니다… 시너지 내는 영양소들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대장암 예방의 주역이라면, 다른 영양소들은 이를 돕는 든든한 조력자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퀘르세틴, 캠페롤, 아피제닌과 같은 페놀 화합물도 풍부하다. 이들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체내 염증을 줄이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C, E, K와 엽산, 베타카로틴 등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전반적인 장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한다.

젊은 대장암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식단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 한 접시를 추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 60g의 작은 습관이 당신의 대장을 암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