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3·Y 부품 75% 공유…테슬라 원가 절감 신화의 충격적 시작
이제 현대차까지 뛰어들었다, 전기차 시장 뒤흔든 ‘게임 체인저’의 실체
BYD 전기차 - 출처 : BYD
전기차 시장의 혁신 아이콘, 테슬라. 그들의 성공 신화 뒤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숨어있었다. 바로 경쟁 상대로 여겼던 중국 전기차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은 뜻밖의 영감이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은 경쟁력 분석을 위해 중국산 전기차를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제조사마다 겉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내부 핵심 부품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일한 규격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퍼 모터부터 히트펌프, 복잡한 전장 배선까지. 이는 개별 부품 개발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려는 중국 업체들의 생존 전략, 즉 ‘부품 공용화’의 결과물이었다. 테슬라는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조가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길 핵심 열쇠임을 직감했다.
사실상 한 대의 차 모델3와 모델Y
모델 Y 뼈대 - 출처 : 테슬라
중국에서 발견한 이 전략을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 바로 모델3와 모델Y다. 하나는 세단, 다른 하나는 SUV. 전혀 다른 차처럼 보이지만, 두 차량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부품의 약 75%를 공유한다.
소비자의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부분은 철저히 통합하고, 오직 외관 디자인과 차체 비율만으로 차급을 구분한 것이다. 이 과감한 선택은 테슬라에게 막강한 원가 경쟁력을 안겨줬다.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높은 가격표를 붙일 때, 테슬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원가 절감이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 기술로 맞선다
E-GMP 플랫폼 - 출처 : 현대자동차
하지만 영원한 비밀도, 독점적인 무기도 없었다. 테슬라가 배웠던 부품 공용화 전략은 이제 모든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기본기가 됐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충전 속도, 소프트웨어 완성도, 주행 성능까지 무서운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상황이 역전되면서 한때 15%에 달했던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7%대까지 주저앉았다. 더 이상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우위를 지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제 ‘싸서 사는 차’가 아니라 ‘기술이 뛰어나 선택하는 차’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까지 합류한 새로운 전쟁터
모델 3 - 출처 : 테슬라
이러한 흐름은 이제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전략을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통해 구동계를 모듈화하고, 다양한 차종 간 부품 공용 비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테슬라의 ‘기가프레스’에 맞서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하이퍼캐스팅’ 공법 도입을 서두르며 생산 방식 자체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시장은 단순한 원가 절감 경쟁의 시대를 지나,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술을 통합하고 소비자 경험으로 연결하느냐의 싸움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부품 공유 전략은 테슬라를 거쳐 이제 모든 완성차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누가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음 ‘게임 체인저’가 될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