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저공해차 50% 판매 목표, 미달 시 대당 300만원 벌금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규제 강화에 국내 완성차 업계 ‘역차별’ 논란
테슬라 모델Y / 사진=테슬라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저공해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확정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목표치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목표 미달성 시 부과되는 기여금(벌금)이 두 배로 오르고, 점수 산정 방식이 수입 전기차에 유리한 구조여서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5년 만에 13%에서 50%로... 비현실적 목표 논란
그랑 콜레오스 / 사진=르노코리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고시한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개정안’에 따르면, 저공해차 판매 비율은 올해 28%에서 시작해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현재 국내 전기차 판매율이 13.5% 수준에 머무는 것을 고려하면, 불과 5~6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저공해차 보급 실적을 계산하는 점수 산정 방식 때문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1대당 1점을 인정받지만, 하이브리드차는 0.3점만 받는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강점이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벌금 2배 인상에 수입차만 웃는다
아이오닉5 / 사진=현대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조사와 수입사는 기여금을 내야 한다. 현재 판매 차량 1대당 150만 원인 기여금은 2028년부터 300만 원으로 두 배가 된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목표 미달 시 약 1,300억 원에 달하는 기여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기차 라인업 위주인 수입차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4%나 급증하며 전체 전기차 시장의 40%를 넘어섰다. 테슬라가 모델Y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중국 BYD 등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국산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글로벌 흐름과 엇박자... 11만 명 일자리 위협
한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연비 규제를 완화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사실상 보류했다. 주요국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급격한 전동화 전환은 부품업계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약 30% 적어, 약 1만 개에 달하는 내연기관 부품업체와 11만 명의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은 정부에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한 자동차 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시장 수요, 기술 전환 속도, 글로벌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연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며 “2030년 50%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