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3년간 공들여 되살린 ‘실버 애로우’의 전설. 박물관이 아닌 실제 도로를 달리기 위해 복원된 16기통 레이싱카의 비밀은?

컴퓨터도 없던 시절, 시속 320km를 돌파했던 공기역학 디자인의 정수를 들여다본다.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2026년 5월, 9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전설적인 레이싱카 한 대가 우리 앞에 다시 섰다. 아우디가 자사의 유산인 ‘아우토 유니온 루카’를 완벽하게 되살려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외형 복원을 넘어, 시대를 초월한 기술력을 증명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집중했다. 바로 90년 만의 완벽한 복원 과정, 그 심장인 16기통 엔진,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공기역학 디자인이다. 과연 1930년대의 기술력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이 차의 이름은 ‘아우토 유니온 루카’. 1935년 2월 15일, 전설의 드라이버 한스 슈툭과 함께 평균 시속 320.267km라는 경이로운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던 바로 그 모델이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은 이 기록은 세계 모터스포츠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겼다.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었다, 다시 도로를 달리는 16기통 엔진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이번 복원의 핵심은 단연 엔진에 있었다. 프로젝트를 맡은 영국의 복원 명가 ‘크로스웨이트 & 가드너’는 약 3년에 걸쳐 역사적 기록과 도면을 바탕으로 모든 부품을 수작업으로 되살렸다.
특히 심장이라 할 수 있는 16기통 엔진은 원형의 5L 사양과 외관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실제 주행 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한 6L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는 박물관의 차가운 조명 아래 머무는 대신, 언제든 도로 위에서 포효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컴퓨터 없이 바람을 길들인 공기역학의 비밀



하지만 강력한 엔진만으로는 시속 320km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또 다른 비결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유선형 차체에 숨어있었다. ‘렌리무진(레이싱 세단)’이라 불렸던 이 차는 항공 연구소의 풍동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최초의 레이싱카 중 하나였다.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길게 뻗은 꼬리핀과 물방울 형태로 휠을 감싼 디자인은 모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실제로 이 차가 기록한 공기저항계수(Cd)는 0.43. 요즘 출시되는 최신 전기차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이 수치는, 당신이 만약 1930년대의 엔지니어였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나 없이 오직 계산과 실험만으로 이뤄낸 공학적 성취다.

아우디 트래디션의 수장 스테판 트라우프는 “이 차는 단순히 빠른 기계가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려는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담긴 증거”라고 평가했다. 아우디의 핵심 슬로건인 ‘기술을 통한 진보’가 이미 90여 년 전부터 브랜드의 DNA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음을 이번 복원 프로젝트가 명확히 보여준다.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아우토 유니온 루카 / 사진=아우디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