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추첨이라 믿었지만…수입차·법인차량에 황금번호 몰아준 수법
등록대행업체와 공무원의 3년간 이어진 결탁, 그 배경이 드러났다
황금 번호를 단 차량 /사진=보배드림
그러나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 이 원칙이 3년간 조직적으로 훼손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 결과 일부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와 결탁해 황금 번호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여기에는 치밀한 조작 수법과 외부 업체와의 유착 관계라는 핵심 배경이 있다.
무작위 추첨 시스템은 간단히 무력화됐다
감사에서 드러난 조작 방식은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실무자들은 먼저 일반 민원인 차량에 황금 번호를 정상 등록한 것처럼 꾸민 뒤, 곧바로 취소하거나 경정 등록 절차를 밟아 해당 번호를 회수했다. 이렇게 확보된 번호는 무작위 추첨 과정을 건너뛰고 특정 차량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배정됐다.지난 3년간 이런 수법으로 빼돌려진 황금 번호는 무려 350개에 달한다. 해당 번호를 배정받은 차량 중 상당수는 고가의 수입차나 고급 국산차, 법인 차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반 시민이 무작위 추첨으로 받을 수 있었던 행운의 번호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된 셈이다.
황금 번호를 단 차량 /사진=보배드림
업체와 공무원의 유착 관계가 수면 위로 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내부 비리를 넘어 외부 업체와의 조직적 결탁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특정 차량 등록 대행업체들이 원하는 번호를 사전에 요청하면, 담당 공무원들이 이를 맞춰주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특정 업체 고객을 위한 ‘황금 번호 예약 서비스’가 운영된 것이다.감사 대상에 오른 공무원과 공무직 16명 중 10명이 번호 조작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등록대행업체 관계자로부터 여러 차례 식사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품 수수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지만, 부적절한 향응과 특혜 제공의 연결고리는 명확해지고 있다.
황금 번호를 단 차량 /사진=보배드림
관련자 징계와 함께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광주 서구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신분상 조치에 착수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3명을 포함해 총 10명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개로 자동차관리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짙다고 판단된 14명은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일부 관련자들은 감사 과정에서 위법성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특정 번호를 의도적으로 회수해 직접 입력한 전산 기록이 다수 발견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구광역시 서구청 청사 전경 /사진=서구
이번 광주 서구청 사건은 특정 담당자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상급자의 관리 감독 시스템이 부재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특정 번호의 취소 및 변경이 반복될 경우 자동으로 상급자에게 경고 알림이 가고, 전산 로그 기록을 주기적으로 교차 감사하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황금 번호에 대한 선호는 개인의 영역이지만, 그 배정 과정만큼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