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 넘던 정통 아메리칸 SUV의 믿기 힘든 감가상각 현장
신차 대비 아낀 3천만 원, 10년 치 기름값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5 트래버스 측정면2 (출처=쉐보레)
하지만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 구도에 균열을 내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신차 가격 5천만 원을 훌쩍 넘겼던 한 대형 SUV가 믿기 힘든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쉐보레 트래버스다. 상태에 따라 2천만 원대 초반, 심지어 1,800만 원대 매물까지 등장하며 아반떼 중고차와 비슷한 가격표를 달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내부 / 사진=쉐보레
팰리세이드보다 20cm 긴 차체가 말해주는 것
도로 위에서 트래버스를 마주하면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차체 전장은 5,200mm를 넘어서는데, 이는 국내 대형 SUV의 기준점인 팰리세이드(약 4,995mm)보다 20cm가량 더 긴 수치다.이 20cm의 차이는 실내 공간과 주행 질감에서 완전히 다른 체급을 만들어낸다. 3,07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을 때, 바닥에 묵직하게 깔리는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팰리세이드가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미국차 특유의 주행 감각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외관 / 사진=쉐보레
무늬만 7인승이 아닌 진짜 어른용 3열 좌석
대부분의 7인승 SUV는 3열 좌석이 사실상 ‘벌칙석’에 가깝다. 성인이 타기에는 무릎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3열을 펼치면 트렁크 공간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2025 트래버스 실내2 (출처=쉐보레)
트래버스의 접근법은 다르다. 3열 레그룸은 856mm로 팰리세이드(798mm)보다 6cm 가까이 여유롭다. 키 180cm 성인이 앉아도 무릎 앞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공간이 나온다. 등받이 각도와 쿠션감 역시 장거리 이동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놀라운 점은 적재 공간이다. 7명이 모두 탑승한 상태에서도 트렁크 용량은 651L에 달한다. 유모차나 대형 캐리어를 싣기 위해 시트를 접을 필요가 없다. 2, 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780L의 평탄한 공간이 만들어져 차박 캠핑에도 최적이다.
기름값 걱정보다 3000만 원 절약이 더 큰 이유
쉐보레 트래버스는 3.6리터 6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f·m의 힘을 낸다. 디젤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 없이 매끄럽게 속도를 올리는 회전 질감은 이 차의 핵심 매력이다.물론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탓에 연비는 아쉽다.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8.3km 수준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9단 변속기 덕분에 리터당 11~13km의 실연비를 기대할 수 있다.
트래버스 Z71 (출처=쉐보레)
결정적으로 경제적인 계산법이 성립한다. 연간 주행거리가 1만 5,000km 내외인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에서 아낀 3,000만 원이라는 목돈은 향후 10년 치 유류비 차액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화려한 디지털 계기판이나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는 없다. 하지만 튼튼한 프레임과 미국 IIHS에서 검증된 충돌 안전성, 단순하면서도 내구성 높은 파워트레인은 자동차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2025 트래버스 측면 (출처=쉐보레)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