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의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 전기차 시대에 제동 걸리나
아이오닉5 생산량↓... 전동화 전략, ‘이것’ 중심으로 대대적 수정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환 속도가 주춤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전기차 확대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이 속도 조절에 나서자, 현대자동차그룹도 전동화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며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의 변심 전기차 속도 조절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주요국의 정책 선회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기존 계획보다 7년 앞당겨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보급 속도와 막대한 재정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액공제가 폐지될 경우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어 단기적인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역시 강경했던 전동화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당초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목표로 했지만, 신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축 목표를 100%에서 90%로 완화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내연기관 중심의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였던 ‘유로7’ 또한 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일부 내연기관차의 수명이 사실상 연장됐다.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의 발 빠른 대응 생산라인 조정
이러한 글로벌 정책 기조의 변화는 현대차의 생산 전략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 등 주력 전기차를 생산하는 라인의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기존 27.5대에서 17.5대로 대폭 줄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생산량 감소에 따라 해당 라인의 생산직 인력 일부는 다른 라인으로 전환 배치됐으며, 향후 비정규직 채용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전략의 수정이 생산 현장의 고용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 후퇴 아닌 현실적 대안 하이브리드 부상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전기차에 집중됐던 무게 중심을 하이브리드로 옮기며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8종으로 대폭 확대하고, 엔진이 발전에만 관여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는 완전한 전동화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숨 고르기”라며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균형을 맞추는 현실적인 전략 수정”이라고 평가했다.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