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민 세단 왕좌의 격변, 아반떼가 그랜저 판매량 압도
친환경 이미지보다 압도적 ‘가성비’, 하이브리드 아닌 가솔린이 이끈 대반전
아반떼 / 현대자동차
2025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국민 세단’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현대 그랜저를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판매량에서 앞지르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아반떼의 누적 판매량은 7만 2000대로, 같은 기간 약 6만 대에 그친 그랜저를 1만 대 이상 따돌리며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한때 사회초년생의 ‘입문용 세단’으로 여겨졌던 아반떼가 이제는 실질적인 패밀리카 대안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하이브리드 아닌 가솔린의 역주행
아반떼 /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돌풍 뒤에는 흔히 예상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아니었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보면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다. 지난 11월 한 달간 판매된 아반떼 7675대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963대, 고성능 N 모델은 186대에 불과했다. 판매량의 85%를 훌쩍 넘는 6526대가 1.6 가솔린 모델에서 나왔다.
이는 소비자들이 막연한 친환경 이미지보다 초기 구매 부담이 적고 유지비 예측이 쉬운 전통 내연기관을 선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초기 비용이 수백만 원 높은 하이브리드 대신, 오랜 기간 검증된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더 현실적인 매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2천만 원대 가격과 놀라운 실연비
아반떼 / 현대자동차
2026년형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의 시작 가격은 2065만 원이다. 동급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세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과 뛰어난 공간 효율성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약 15km 수준이지만, 실제 소유주들의 평가는 이를 상회한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20km/L에 근접하거나,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도 17~18km/L를 유지한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체감 연비에서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굳이 300만~4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SUV 피로감 속 세단의 재발견
아반떼 실내 / 현대자동차
수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온 SUV는 높은 차체로 인한 연료비,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누적되며 소비자들 사이에 피로감을 낳았다. 이 틈을 파고들어 실용성을 앞세운 세단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반떼는 준중형급임에도 SUV 대비 월등한 연비와 낮은 유지비, 기대 이상의 넉넉한 2열 공간을 무기로 구매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은 물론 신혼부부와 여성 운전자들 사이에서 가격, 연비, 공간의 삼박자가 완벽한 차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SUV의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기술보다 비용 현실적 선택의 시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최근 소비자 인식 변화의 핵심은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에 대한 재평가다. 한 자동차 전문기관 분석에 따르면 월 1000km 주행 기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의 월 유류비 차이는 1만~2만 원 수준에 그친다. 초기 구매 비용 차이를 상쇄하려면 수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가솔린 모델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는 아반떼의 약진을 단순한 인기 모델의 부상으로 보지 않는다. 시장의 가치 기준이 화려한 기술이나 큰 차체에서, 내구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가성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