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감으로 고심하던 현대차가 꺼내든 카드, 현지 기업과 손잡고 중국 맞춤형 모델을 선보인다.

순수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5월의 따스한 날씨와 달리 현대차의 중국 시장 성적표는 여전히 쌀쌀하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아이오닉 V’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차는 기존 현대차와는 결이 다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아래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시스템과 파격적인 디자인을 품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이오닉 V는 현대차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왜 다시 전기차에 엔진을 얹었을까



순수 전기차(BEV)가 대세인 한국 시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국에서는 최근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할 대안으로 EREV 모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아이오닉 V를 순수 전기차와 EREV 두 가지 버전으로 동시에 출시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필요시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도 그대로 적용된다.

철저히 중국 소비자 취향만 고려한 디자인



겉모습부터 한국에서 보던 아이오닉 시리즈와는 다르다. 아이오닉 V는 SUV가 주류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기 드문 쿠페형 패스트백 세단 스타일을 채택했다.
전장 4,900mm, 휠베이스 2,900mm의 넉넉한 차체를 자랑한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휠 등 세련된 요소도 눈에 띈다. 이 모든 디자인은 현대차 중국 디자인팀이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오직 중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했다.



실내 역시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구성을 따랐다. 27인치 4K 초슬림 디스플레이와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기반의 ‘사이버 아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만약 당신이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앰비언트 조명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이 차의 실내 구성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기술력까지 잡았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다. 현대차는 모멘타, 퀄컴, CATL, 바이두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 8295’를 탑재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대형 언어 모델(LLM)과 모멘타의 L2+ 수준 주행보조 시스템을 더해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현대차의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그만큼 중국 시장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지난 3월 중국 판매량은 8,909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국 시장에 20종의 신차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그 선봉에 선 아이오닉 V가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판매량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