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 탑승자를 위한 롱휠베이스의 가치와 3톤 차체를 이끄는 주행 성능
2억 중반대 가격표에 담긴 플래그십 SUV의 상징성을 확인했다
레인지로버 실내 / 랜드로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향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잔고장’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지만, 동시에 ‘아빠들의 로망’으로 불리며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한다. 2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선택받는 배경에는 강력한 V8 성능, 압도적인 공간감, 그리고 타협 없는 승차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모순적인 이 상황은 실제 차량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3톤 거구에도 투박함이 없는 이유
도로 위에서 마주한 레인지로버 LWB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는 크기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전장 5,252mm, 전폭 2,003mm에 달하는 차체는 대형 SUV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절제된 디자인 덕분이다. 차체 패널의 이음새를 최소화하고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어 투박함 대신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하쿠바 실버 색상은 거대한 차체를 더욱 길고 날렵하게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레인지로버 / 랜드로버
2열에 앉으면 가격이 납득되는 공간
실내로 들어서면 이 차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특히 휠베이스 3,197mm가 만들어내는 2열 공간은 ‘롱휠베이스(LWB)’ 모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단순히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전동 리클라이닝, 통풍과 열선은 물론 핫스톤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시트는 이동 시간을 휴식의 경험으로 바꾼다. 만약 당신이 가족과 함께 장거리 이동을 자주 한다면, 1열 헤드레스트 뒤편의 대형 스크린과 넉넉한 레그룸이 주는 만족감은 상당할 것이다. 13.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가죽, 우드 베니어가 어우러진 1열 역시 플래그십의 품격을 완성한다.
잔고장 우려를 잠재우는 V8 심장
레인지로버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매력은 정숙한 실내에서 폭발하는 주행 성능에 있다. 4.4L V8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힘으로 3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가볍게 밀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4.7초면 충분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단순히 속도만이 아니다. 에어 서스펜션은 도로의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고속 주행 중에도 안락한 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안정적인 승차감과 강력한 V8 성능의 조화는 운전자에게 높은 신뢰감을 준다.
결국 시장의 반응은 숫자로 나타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랜드로버는 국내에서 2,034대를 판매했으며, 그중 P530 모델은 457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잔고장’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레인지로버가 제공하는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복합연비 7.8km/L라는 수치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2억 중반대의 가격을 지불하고 이 차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연비는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레인지로버는 비싼 차가 아니라,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를 공간과 성능, 승차감으로 증명하는 차다.
레인지로버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실내 / 랜드로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