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부터 소프트웨어까지…단순 부품 공급 넘어 경영 참여까지

개발비·원가 부담에 백기, 현대차·기아와 경쟁 위한 현실적 선택



국내 완성차 업계의 ‘탈중국’은 옛말이 됐다. 오히려 중국의 자본과 기술 없이는 신차 개발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중국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핵심은 ‘플랫폼’ 공유와 ‘개발비’ 절감, 그리고 ‘자본 투자’ 유치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차량의 뼈대와 두뇌까지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개발비 부담에 결국 중국을 택한 이유



르노코리아의 상황은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지리그룹과 함께 중형 SUV를 개발하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지리의 CMA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와 쓴다는 점이다. 독자 플랫폼 개발에 드는 수천억 원의 ‘개발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다.

지리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확보한 2대 주주다.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신차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본 투자’까지 이뤄진 셈이다.





플랫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내주고 있다



KG모빌리티 역시 중국 체리자동차와의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장 내놓을 신형 SUV에 체리의 ‘플랫폼’을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협력 범위가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공동 개발은 물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체리의 직접적인 지분 투자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만약 내가 구매할 KGM 신차의 핵심 기술 대부분이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이러한 흐름은 비단 국내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텔란티스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과거 배터리나 모터 등 개별 부품 공급에 머물렀던 중국 업체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차량 ‘플랫폼’과 전동화 기술, SDV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는 연구개발 파트너로 성장했다.

거대 내수 시장과 공급망을 등에 업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원가 절감과 개발 속도라는 현실적 이득을 얻는 대신, 기술 종속과 경영 주도권 상실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