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깃털 표현하려 자개와 조합… 롤스로이스 장인들 9개월간 6번 실패한 사연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가 세상에 단 한 대뿐인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를 공개했다. 이 차는 한 고객이 자신의 아내에게 헌정하기 위해 의뢰한 맞춤형 모델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더 주목받는다.

팬텀 익스텐디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차량의 핵심은 실내 장식에 있다. 브랜드 역사상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독특한 소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바로 ‘전복 껍데기’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차량의 영감이 된 벌새는 기쁨과 회복력을 상징한다. 롤스로이스는 이 벌새의 신비로운 날갯짓을 표현하기 위해 전복 껍데기라는 파격적인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전복 껍데기를 사용했다

전복 껍데기는 특유의 무지갯빛 광택이 특징이다. 껍데기 안쪽 진주층이 빛과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청록빛 광채는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자개와 조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벌새 깃털의 광택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이 섬세한 마케트리(Marquetry·상감 세공) 기법은 실내 곳곳을 장식한다. 뒷좌석 피크닉 테이블에는 날아오르는 벌새 한 마리가 새겨졌는데, 전복 껍데기와 자개로 이루어진 53개의 개별 조각으로 구성됐다. 이 중 날개에만 18개의 조각이 사용됐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뒷좌석 사이 워터폴 패널에는 식물 모티프를 적용했으며, 여기에는 총 84개의 조각이 들어갔다. 세 개의 마케트리 패널 배경에는 애시 버 베니어를, 피크닉 테이블에는 은빛 나무껍질이 특징인 실버 버치를 적용해 디테일을 더했다.

장인들이 9개월간 6번 실패한 이유 있었다

전복 껍데기는 얇고 깨지기 쉬워 가공이 극도로 까다로운 소재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팀은 이 소재를 다루기 위한 제작 기법을 개발하는 데만 9개월 이상을 투입했다. 공정을 최적화하기까지 총 여섯 차례의 시도와 수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각 조각은 레이저 절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고려해 최종 크기보다 0.06mm 크게 잘랐다. 이후 장인이 손으로 가장자리를 세밀하게 다듬어 조각이 서로 맞닿는 부분의 이음새가 보이지 않도록 마감했다. 여러 조각이 맞물리는 벌새 날개는 특히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피크닉 테이블과 워터폴 패널 등 세 개의 패널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총 45시간에 달한다. 만약 당신이 이 차의 오너라면, 뒷좌석 테이블을 펼칠 때마다 장인의 숨결을 느끼게 될 것이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실내외를 관통하는 하나의 디자인 테마

자연이라는 주제는 외관까지 이어진다. 차체 하단은 와일드베리, 상단은 화이트 샌즈 색상으로 마감해 세련된 투톤 대비를 연출했다. 두 색상의 경계에는 장인이 수작업으로 코치라인을 그려 넣었다.

코치라인 위에는 차체 측면을 따라 날아오르는 벌새 모티프를 더했다. 실내 마케트리에서 시작된 디자인 테마가 외관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성이다. 천장에는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필 파브르 드 라 그랑주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총괄은 “팬텀 허밍버드는 전복 껍데기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디자이너와 장인들에게 창의적, 기술적 도전을 안겼다”며 “그 결과 벌새 특유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우아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