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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처방 환자가 2.4배 이상 급증하면서 약물 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는 약 33만8000명으로, 2020년 14만300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연령별로는 10대 이하가 전체의 45.3%인 15만3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 25.9%, 30대 17.1%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환자 수는 2020년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해 눈길을 끈다. ADHD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며 서울 대치동 학원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콘서타가 ‘공부 약’으로 불리며 부적절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성적을 위해서라도 약을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하며, 일부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약을 구해 복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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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모다피닐은 과거 ‘스마트 드럭’으로 불리며 일부 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집중력 향상을 위해 무분별하게 복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부작용 위험성으로 인해 의사의 철저한 처방이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약물로 분류돼 있다.
콘서타 역시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분류되는 의료용 마약류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관리 하에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넘게 이어진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정작 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얀센은 세 차례에 걸쳐 공급 차질을 보고했으며, 공급 정상화 시점은 이르면 올해 5월 말로 예상된다. 다만,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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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식약처는 ADHD 치료제의 과잉 처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메틸페니데이트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펜타닐과 같은 일부 마약류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 등으로 범위를 넓혀 보다 철저한 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욕망은 이해하지만, 약물에 의존하는 방식은 절대적인 해답이 아니다”라며 “약물은 어디까지나 치료의 수단일 뿐, 정상인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는 아니다. 오남용은 신체와 정신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