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잡는 복날의 제왕 ‘닭’, 당신이 몰랐던 진실과 오해

다가오는 초복, 삼계탕부터 치킨까지... 최고의 닭 요리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

어느덧 달력은 7월을 가리키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그날, 바로 ‘복날’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올해의 첫 번째 복날인 초복(7월 21일)을 앞두고 전국의 가정과 식당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로 무더위를 다스리고자 복날에 뜨끈한 보양식을 즐겨왔다. 그 중심에는 단연 ‘닭’이 있다.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삼계탕부터 온 가족이 즐기는 닭볶음탕, 그리고 야식의 황제 ‘치맥’의 주인공인 프라이드치킨까지. 닭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식재료임에 틀림없다.
복날 삼계탕은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복날 삼계탕은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토록 친숙한 닭 요리가 때로는 우리를 배신하기도 한다. 큰맘 먹고 준비한 백숙이 퍽퍽하게 느껴지거나, 야심 차게 튀긴 치킨이 눅눅해 실망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믿어왔던 닭 요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일 수 있다.

수많은 요리 전문가와 식품 과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몇 가지 습관들이 오히려 닭의 맛을 해치고, 심지어 위생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다가오는 복날, 온 가족을 위한 완벽한 닭 요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오해들을 짚어보았다.

1. 요리 전 준비: ‘씻지 말고, 쉬게 하고, 절여라’

가장 충격적인 진실 중 하나는 바로 ‘생닭을 물에 씻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위생을 위해 흐르는 물에 닭을 꼼꼼히 헹궈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USDA)를 비롯한 전 세계 식품 안전 기관들은 이 습관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생닭을 씻는 과정에서 캄필로박터균이나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균이 물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 싱크대, 조리대, 주변 식기 등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교차 오염’이라 부르며,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의 도계 및 포장 과정에서 닭은 충분히 세척되어 나오므로, 별도로 씻을 필요 없이 키친타월로 물기만 가볍게 제거한 후 바로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두 번째 오해는 닭을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조리하는 것이다.

차가운 상태의 닭을 뜨거운 팬이나 냄비에 바로 올리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쉽다.

스테이크처럼 닭고기 역시 조리 전 최소 20~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실온에 두어 냉기를 빼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내부와 외부의 온도가 비슷해져 열이 고르게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전체가 골고루 익은 부드러운 육질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염지(Brining)’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염지는 소금물이나 양념에 고기를 담가두는 과정으로, 단순히 간을 배게 하는 것을 넘어 닭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비법이다. 염지를 통해 닭고기 조직 속으로 수분이 흡수되어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훨씬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 있다.

간단하게는 조리 전 닭 표면에 소금을 고루 문질러 두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우유나 요거트, 막걸리 등에 담가두면 연육 작용과 함께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진다. 맛집 치킨의 촉촉함, 그 비밀은 바로 이 ‘염지’에 있다.

생닭 씻기 금지
생닭 씻기 금지

2. 부위 선택의 기술: ‘가슴살이 최고라는 편견을 버려라’

다이어트나 건강을 이유로 많은 레시피에서 닭가슴살을 추천하지만, 풍미와 식감 면에서 본다면 닭가슴살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지방이 적은 탓에 조금만 잘못 조리해도 쉽게 퍽퍽하고 맛없게 변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닭 요리 고수들은 ‘닭다리살(허벅지살)’을 최고의 부위로 꼽는다.

닭다리살은 가슴살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아 훨씬 더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낸다. 또한, 근육 조직이 발달해 있어 오래 익혀도 쉽게 퍽퍽해지지 않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한다.

닭볶음탕이나 찜닭, 닭갈비 등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며, 특히 뼈가 붙어 있는 닭다리살은 조리 시 뼈에서 우러나오는 육즙과 콜라겐이 고기의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와 연결되는 또 다른 오해는 ‘뼈 없는 순살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먹기에는 편리하지만, ‘뼈’는 닭고기의 수분과 풍미를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뼈가 붙어 있는 채로 조리하면 열이 뼈를 통해 서서히 전달되면서 고기가 더 균일하고 촉촉하게 익는다. 뼈 주변의 살이 유독 맛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복날을 위해 삼계탕이나 백숙을 끓일 때 통닭을 고집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촉촉한 닭 vs 퍽퍽한 닭
촉촉한 닭 vs 퍽퍽한 닭

3. 조리 과정의 핵심: ‘껍질은 벗기지 말고, 온도로 확인하라’

닭 껍질을 지방 덩어리로 여겨 요리 전에 벗겨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닭 껍질은 맛의 보고(寶庫)다. 껍질에 포함된 지방은 조리 과정에서 녹아내려 살코기에 스며들면서 고소한 풍미를 더하고 육질을 촉촉하게 유지해 준다.

특히 이 지방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다. 바삭하게 구워진 닭 껍질의 맛을 생각해보라. 껍질을 그대로 두고 조리하면 별도의 튀김옷 없이도 훌륭한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다.

프라이드치킨에 대한 오해도 있다. 눅눅해진 치킨을 바삭하게 되살리기 위해 오븐에 넣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불필요한 과정이다.

진정한 바삭함은 염지와 반죽 단계에서 결정된다. 제대로 된 염지로 수분을 가두고, 알맞은 농도의 반죽 옷을 입혀 적정 온도의 기름에 튀겨내는 것이 핵심이다. 오히려 튀긴 치킨을 오븐에 다시 넣으면 수분이 날아가 더욱 퍽퍽해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은 바로 ‘익었는지 눈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닭고기 속살이 분홍빛 없이 하얗게 변하면 다 익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은 고기의 색깔만으로는 완전히 사멸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요리용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닭고기의 가장 두꺼운 부분을 찔렀을 때 내부 온도가 최소 74℃에 도달해야 안전하다. 특히 통닭이나 두꺼운 닭다리를 요리할 때는 온도계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4. 보관과 활용: ‘냉동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먹고 남은 닭고기나 대량으로 구매한 닭을 냉동 보관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커다란 덩어리째 그대로 얼리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육즙이 빠져나가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거나 깍둑썰기하여 1회분씩 소분해 냉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해동이 빠르고 간편해 볶음밥, 샐러드,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냉동 닭고기도 신선육과 맛이 똑같다’는 것은 명백한 오해다.

어떤 육류든 냉동과 해동 과정을 거치면 조직 내의 수분 결정이 세포벽을 파괴해 육즙이 손실되고 식감이 퍽퍽해진다. 물론 냉동 기술이 발전했지만, 최상의 맛과 식감을 원한다면 ‘냉장’ 상태의 신선한 닭을 구입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삼계탕처럼 재료 본연의 맛이 중요한 복날 요리를 준비한다면, 가급적 신선한 냉장 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건강한 삼계탕 식사
온 가족이 함께하는 건강한 삼계탕 식사
다가오는 복날, 무심코 따랐던 낡은 상식은 과감히 버리고 과학적이고 검증된 방법으로 닭 요리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차이가 모여 당신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고 맛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올여름, 제대로 만든 닭 보양식과 함께 건강하고 활기차게 무더위를 이겨내길 바란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