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명품 매장서 중국인 고객 무릎 사과 사건
SNS 통해 불거진 고객 응대 논란
사진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A씨는 도쿄 펜디 매장을 방문해 모직 숄을 입어본 후 구매 결심을 하고 새 제품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 직원이 설명도 없이 그녀의 숄을 벗기더니,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중국인 부부에게 제품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으나, 직원들의 영어 소통 부족으로 의사 전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무시당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매장 매니저가 나서 A씨를 2층으로 안내했고, 매니저와 직원 두 명, 통역사까지 포함한 총 4명이 A씨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해당 직원의 행동이 다른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사건 당시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카메라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건 후 펜디 본사에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했고, 매장 측은 이메일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다. 사과문에는 “당신의 동의 없이 숄을 벗겨낸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직원이 다른 고객에게 제품을 가져가기 전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을 반성한다”며 “감시카메라 영상과 고객 서비스와 관련한 문의에도 명확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A씨의 불만 제기가 지나치다고 지적하며, “직원들이 새 제품을 준비하고 있었을 뿐인데, 두 개의 숄을 동시에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무릎 사과 요구는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A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A씨가 용기를 내 불만을 제기한 덕분에 매장이 사과하고 개선할 기회를 얻었다”며 “앞으로 다른 중국인 관광객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추가 게시글을 통해 “직원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한 적은 없으며, 불만을 제기하는 동안 차분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의 행동은 중국인에 대한 일본의 차별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매장의 고객 응대 수준과 직원 교육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즈니스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은 일본에서 약 2860억 엔(약 2조5900억 원)을 소비했다. SCMP는 “중국 네티즌들은 A씨의 목소리가 중국인 관광객 처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