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경기 중 “당신은 남자” 발언…성전환 선수와 경기 거부한 여성 선수 실격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 펜싱 대회에서 성전환 선수와의 경기를 거부한 여성 선수가 실격 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시간 3월 30일,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에서 열린 미국 펜싱 토너먼트 여성 플뢰레 개인전에서 선수 스테파니 터너는 경기 시작 직후 한쪽 무릎을 꿇고 경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상대 선수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라는 이유로 경기 진행을 거부하며 보호구를 벗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경기는 못 하겠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터너는 상대 선수에게 “미안하지만 당신은 남자이고, 나는 여자이며, 이 대회는 여성 토너먼트다. 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경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상대 선수는 “나는 규정에 따라 경기할 수 있다. 당신은 블랙카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고, 터너는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심판은 터너에게 실격 처분을 내렸다.

터너 “정치적 입장 바꿨다”…미국 펜싱협회는 규정 설명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터너는 “나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고 성소수자를 반대한 적도 없지만,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바꾸게 됐다”며 현재는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펜싱협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펜싱 규정상, 어떤 이유로든 적법하게 참가한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거부하는 행위는 실격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터너의 실격은 개인 의견 때문이 아니라 경기 규칙 위반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또 “트랜스젠더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억제 치료를 최소 12개월 이상 받은 경우에 한해 여성부 대회 참가가 가능하다”며, 현행 규정을 따르고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명령과 맞물려 논란 가열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여성 스포츠 보호’ 행정명령과 맞물리며 미국 사회 내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해당 명령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도 출생 성별 기준 참가 규정을 채택했다.

다만 터너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NCAA 주관이 아닌 별도 토너먼트였으며, 미국펜싱협회는 여전히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참가를 허용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