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DNA 심기 어려웠다”… 4200억짜리 포티투닷, 결국 터져버린 내부 갈등
포티투닷 vs 모셔널 기술 노선 충돌, 흔들리는 현대차의 2026년 자율주행 로드맵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생산되는 모셔널 아이오닉5 로보택시(자율주행차)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생산되는 모셔널 아이오닉5 로보택시(자율주행차)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현대자동차그룹이 42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포티투닷(42dot)’의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그룹 내 감춰졌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포티투닷은 현대차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꼽혔던 만큼, 이번 균열로 2026년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앞서 나가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이번 내부 갈등을 얼마나 신속하게 봉합하고 전략을 재정비하느냐가 향후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레거시와 스타트업의 충돌, 곪아 터진 갈등



포티투닷 아트리아AI의 일반도로 실험주행 영상./출차-온라인커뮤니티
포티투닷 아트리아AI의 일반도로 실험주행 영상./출차-온라인커뮤니티




송창현 전 대표는 사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레거시 산업과 수없이 충돌했다”고 밝혀, 갈등의 원인이 조직 문화 차이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포티투닷은 2019년 설립 직후부터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수평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아, SK, LG 등 대기업으로부터 4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2년 현대차그룹이 420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하면서 그룹의 핵심 소프트웨어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업 중심의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개발 철학과 속도에서 지속적인 마찰을 빚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조직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스타트업의 유연한 방식이 융화되지 못하고 충돌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내 게시판에서도 송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내부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티투닷이냐 모셔널이냐, 엇갈린 기술 노선



(왼쪽부터) 올해 1월’ 2025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한 장재훈 현대차 완성차담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송창현 현대차 AVP본부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출처-온라인커뮤니티
(왼쪽부터) 올해 1월’ 2025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한 장재훈 현대차 완성차담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송창현 현대차 AVP본부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출처-온라인커뮤니티


갈등의 또 다른 축은 현대차그룹이 동시에 추진해 온 두 가지 자율주행 기술 노선에 있다. 하나는 포티투닷이 주도하는 카메라 기반의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이 개발하는 라이다(LiDAR) 센서 기반의 레벨4 로보택시다.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AI 접근법을 강조하며 국내 도로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반면 모셔널은 북미 시장에서 라이다 기반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하며 기술을 고도화했지만, 웨이모나 테슬라에 비해서는 상용화가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공식 석상에서 포티투닷보다 모셔널을 더 자주 언급하면서, 그룹의 무게 중심이 모셔널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두 기술 노선 간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경쟁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부 조율 실패가 더 큰 문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생산되는 모셔널 아이오닉5 로보택시(자율주행차)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생산되는 모셔널 아이오닉5 로보택시(자율주행차)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현대차 내부 게시판에서는 “결과도 없는데 왜 4200억 원이나 투자했나”라는 비판과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대기업의 한계”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일부는 송 전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고, 다른 일부는 완성차 중심의 경직된 구조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경쟁 환경보다 내부 전략 조율 실패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자율주행 기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긴밀한 통합이 필수적인데, 현대차의 두 개발 노선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면서 조직적 비효율만 키웠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차의 자율주행 시계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가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