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10대 중 6대 이상은 이 모델… 위축된 시장에서도 홀로 독주하는 비결은 독보적인 공간 활용성에 있다.
최대 10개월 출고 대기에도 주문 폭주, 중국산 전기차 등장에도 이 인기는 흔들림 없을까.
돌핀 / BYD
기아 레이가 국내 경차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차 주문이 몰리면서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10개월에 달하는 등 ‘대기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레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경차 10대 중 6대는 레이
레이의 시장 지배력은 판매 실적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7만 4600대로 전년 대비 24.8%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레이는 4만 8210대가 팔리며 전체 경차 판매의 64.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팔린 경차 10대 중 6대 이상이 레이였던 셈이다.
판매량 감소 폭도 1.6%에 그쳐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산 승용차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레이는 11위에 오르며 제네시스 G80, 르노 그랑콜레오스, 기아 K5 등 쟁쟁한 모델들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레이 / 기아
독보적인 공간 활용성이 인기 비결
레이가 이처럼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경차의 한계를 뛰어넘은 차체 구성이 있다. 일반적인 경차와 달리 박스형 차체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주효했다. 전고는 경차 중 유일하게 1.7미터에 달해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하며, 조수석 방향에 적용된 슬라이딩 도어는 좁은 공간에서의 승하차 편의성을 높였다.
이러한 설계는 ‘경차는 좁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2열 시트를 제거한 레이 밴 모델은 동급을 넘어서는 넓은 적재 공간을 제공해 소규모 물류 운송이나 캠핑 등 레저 활동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공간 하나만으로 차급을 잊게 만드는 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와 중고차 시장에서도 강세
레이 EV / 기아
레이 EV 역시 레이의 독주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모델이다. 최고 출력 64.3kW 전기 모터를 탑재한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최대 205km를 주행할 수 있다. 도심 주행 위주의 실용적인 구성으로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레이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로 가성비 좋은 레이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레이는 지난해 전체 중고차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하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도전 직면
다만 올해부터는 경쟁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경차 시장의 구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BYD는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액티브’의 국내 출시를 위한 정부 인증 절차에 돌입했다.
돌핀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기준 최대 354km로 알려졌으며, 업계에서는 국내 판매 가격이 2,000만 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등장할 경우 레이 EV와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대기 10개월’이라는 현실이 보여주듯, 레이의 입지는 당분간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 / 기아
레이 실내 / 기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