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부품 공장 화재가 부른 나비효과, 기아 모닝·레이 4월 생산 전면 중단.
가뜩이나 출고 대기 긴데… 인기 경차 레이 품귀 현상 더욱 심화될 듯
레이 / 사진=Kia
기아의 대표 경차 모닝과 레이의 생산 라인이 4월 들어 멈춰 섰다. 가뜩이나 1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손에 쥘 수 있던 레이 계약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부품 공급망 문제, 생산 우선순위 조정, 그리고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파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대전 공장 화재가 부른 나비효과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이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에 엔진 밸브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로, 국내 완성차 공급망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대규모 인명피해와 함께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부품 공급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했다. 결국 이 불똥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기아의 경차 생산기지인 동희오토로 고스란히 튀었다.
레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익성 논리 앞에 후순위로 밀린 경차
모닝과 레이에는 소형차 전용 ‘카파’ 엔진이 탑재되는데, 안전공업이 바로 이 엔진의 밸브를 만들어왔다. 한정된 재고 속에서 현대차·기아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판매 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대형 차량이나 주력 SUV 모델에 남은 부품을 우선 배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경차 라인이 가장 먼저 생산 중단 결정의 영향을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레이의 역설
모닝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모델은 단연 레이다. 독보적인 공간 활용성 덕분에 캠핑, 차박 열풍을 타고 주문이 폭주하며 이미 10개월 이상 출고가 밀려있는 상태다. 심지어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 가격을 웃도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중단 소식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기 기간은 하염없이 늘어날 전망이며,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반면 소형 SUV에 밀려 판매량이 줄던 모닝 역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에서 보기 힘든 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체 공급처 확보 난항, 장기화 우려도
현대차와 기아는 부랴부랴 대체 공급선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안전공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용 부품까지 개발해 연간 1천억 원 이상을 수출하던 강소기업이다. 단기간에 동일한 품질과 물량을 소화할 업체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부품 공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는 경차 라인을 넘어 다른 차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단일 협력사의 위기가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