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세 속 쏘렌토는 굳건했지만, 그 아래는 폭풍전야. 6년 만에 소형 SUV 1위가 바뀌는 이변이 연출됐다.

팰리세이드는 리콜 사태로 생산 중단 위기를 맞았고,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싼타페의 부진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The 2025 쏘렌토 / 사진=Kia
The 2025 쏘렌토 / 사진=Kia


2026년 1분기 국내 SUV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기아 쏘렌토는 11분기 연속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이어가며 굳건한 왕좌를 지켰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6년 만에 소형 SUV 시장의 주인이 바뀌는 이변이 일어났고, 잘나가던 대형 SUV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과연 쏘렌토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1분기 판매 실적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한 세 가지 핵심 요인을 짚어본다.

EV3의 돌풍, 전기차 시장 판을 흔들다



쏘렌토 / 사진=Kia
쏘렌토 / 사진=Kia


올 1분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전기차의 약진이다.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3만 4,6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중심에는 기아 EV3가 있다. EV3는 1분기에만 8,674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51.7%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3월에는 4,468대가 판매되며 국산 전기차 월간 판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신차 EV5가 6,884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힘을 보탰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눈을 돌리면서, SUV 시장의 전동화는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리콜 악재 덮친 팰리세이드, 생산 중단까지



모두가 전동화의 수혜를 입은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분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모델로 꼽힌다. 월 5천 대 수준의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던 팰리세이드는 2월 미국에서 발생한 전동시트 관련 리콜 사태로 급제동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품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6월 초까지 생산 라인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1분기 누적 판매량은 1만 209대로 전년 대비 7.0% 감소에 그쳤지만,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는 2분기에는 판매량 감소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의 공백은 투싼이 메웠다. 투싼은 1만 1,156대가 팔리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6년 만의 이변, 코나 셀토스를 넘어서다



가장 치열했던 소형 SUV 시장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현대차 코나가 1만 143대를 판매하며 1만 111대를 기록한 기아 셀토스를 단 32대 차이로 제치고 6년 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렌터카 등 법인 수요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셀토스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한때 ‘국민 아빠차’로 불렸던 싼타페의 부진은 심상치 않다. 1분기 판매량은 9,679대로 전년 대비 37.5%나 급감하며 202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만 대 선이 무너졌다. 올 3분기 부분 변경 모델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당분간 판매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굳건한 1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이끌다



이러한 혼전 속에서도 쏘렌토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1분기 2만 6,951대를 판매하며 11분기 연속 국산 SUV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내연기관 모델 판매는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이 12.1%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2위인 스포티지는 1만 5,355대로 전년 대비 22.2% 판매량이 줄어들며 주춤했다.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2분기에는 각 제조사들의 생존을 건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